다시 만난 고교야구 명장들…“멋진 대결 펼치겠다”
2012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울권의 명문 덕수고와 신일고가 결승전에서 만났다. 승리는 임병욱과 한주성 등이 활약한 덕수고의 차지. 당시 우승 사령탑이 된 덕수고 정윤진(52) 감독은 상대 지도자인 최재호(62) 감독을 향해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먼저 이야기했다. 바둑계와 빗대 “제자 이창호 9단이 스승 조훈현 9단을 이긴 것처럼 죄송할 따름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재호 감독과 정윤진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덕수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최 감독이 1999년 덕수고 사령탑으로 먼저 부임했고, 정 감독이 2001년 덕수고 코치를 맡으면서 사제지간의 연을 맺었다.
이후 7년간 한솥밥을 먹던 두 사령탑은 2008년부터 동지가 아닌 적으로 만났다. 최 감독이 신일고로 자리를 옮긴 뒤 정 감독이 선배의 덕수고 지휘봉을 이어받으면서 흥미로운 지략 대결을 펼쳤다. 같은 서울권 학교를 맡아 자주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2012년 청룡기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두 사령탑은 이제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 감독의 전국대회 통산 우승 횟수는 9회. 특히 2016년 야구 변방 강릉고를 맡은 뒤에는 두 차례나 우승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재차 인정받았다. 정 감독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덕수고에서만 14차례 정상 공기를 맛봤다.
이처럼 뛰어난 지략을 자랑하는 두 명장이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렸다. 최 감독이 이끄는 강릉고와 정 감독이 지휘하는 덕수고는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놓고 다툰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 감독은 “이번에는 우리가 결승전까지 올라올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덕수고와 비교해도 기량 측면에선 진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강릉고 특유의 야구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제자인 정윤진 감독을 두고는 “덕수고 시절 7년간 코치로 일했다. 이후 모교를 잘 이끌어오고 있다. 훌륭한 지도자다 선후배 사이로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적장인 정윤진 감독은 “김승준~이종호~정현우가 이번 대회에서 자기 몫을 해줬다. 특별한 에이스는 없어도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전력을 평가했다. 이어 “최재호 감독님과는 2012년 결승전을 비롯해 다른 대회 예선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감정은 없다. 그런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릉고와 덕수고는 선발투수로 각각 1학년 오른손 투수 박지훈과 3학년 오른손 투수 이종호를 출격시킨다.
인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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