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라비·나플라 혐의 인정…檢 실형 구형

檢, 라비 징역 2년, 나플라 2년6개월 구형
"객관적 증거 제시 전 변명, 부인 일관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30)와 나플라(본명 최석배·31)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과 2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는 병역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래퍼 라비, 나플라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라비와 나플라는 공소사실에 대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함께 기소된 연예기획사 공동대표 김모씨(38)도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지난해 12월부터 구속돼 재판을 받고있는 병역브로커 구모씨(47)와 공모해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 병역을 면제 혹은 감면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병역 면탈을 위한 시나리오를 전달받는 대가로 구씨에게 총 5000만원을 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수 차례 병원에 방문해 의료진 등을 속여 뇌전증 관련한 약을 처방받고, 병무용 진단서를 끊어 병무청에 제출했다.

나플라는 김씨, 브로커 구씨와 함께 복무부적합 혹은 병역처분변경 신청을 통해 병역면탈 범행을 계획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나플라는 약 2년동안 우울증이 악화된 것처럼 병원 의사를 속여 약을 처방받고는 투약하지 않고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소집해제, 재신체검사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라비 등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결심공판도 이날 이뤄졌다. 검찰은 라비에게 징역 2년, 김씨에게 징역 2년, 나플라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병역브로커와 조직적으로 뇌전증 병역 면탈 및 소집해제를 신청했다는 점, 나플라와 라비는 최초 병역판정 이후 장기간에 걸쳐 병역이행을 연기하던 중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 등에 비춰 이들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봤다. 또, 검찰은 이들이 법정에 이르러 자백하고 있지만 수사 당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기 전에는 변명, 부인으로 일관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구형한다고 밝혔다.

라비 측은 "피고인은 병역면제 되기 전에 사회복무를 신청하겠다고 자원했고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6개월째 복무 중이다"며 "코로나19 이전에 체결했던 계약들이 코로나 이후로 미뤄지면서 회사를 위해서도 사회복무를 늦춰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최후 변론했다.

나플라 측은 "나플라가 미국에서 성장기 대부분을 보낸 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한국의 환경을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조언이 없었던 점이 사건의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며 선례를 고려해 적절한 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전했다.

라비는 최후 진술에서 "당시 유일하게 회사 수익을 창출하는 가수로서 복무 연기가 간절해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수의를 입은 나플라는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군대에 가야 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활동이 중단될 경우 인기가 사라져버릴까 너무 두려웠다"고 울먹였다.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은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이날 나플라의 복무 부적응 근태 자료를 만든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를 받는 서초구청 공무원 3명 역시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범죄사실이 불량하나 상관의 지시에 의해 범행에 이른 점을 고려한다"며 이들에게 각 벌금 1000만원씩을 구형했다.

혐의를 인정한 3명의 상관인 서초구청 공무원 A씨 측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는 인정하지만,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 인부 여부는 다음 공판기일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서울지방병무청 공무원 B씨 측은 "기록이 많아 피고인과 의견조율을 마치지 못했다"며 "병역법 위반 혐의는 무죄 취지"라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 달 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