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정점?… 추가 ‘베이비스텝’ 가능성 열어둔 이창용

김철오 2023. 4. 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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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2회 연속으로 동결했다.

한은의 2회 연속 금리 동결은 물가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나타났고, 지난달 미국·유럽 은행권 위기로 냉각된 경기에 부담을 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2회 연속 금리 동결로 1년 8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기가 정점을 찍고 '버티기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게 됐다.

남은 과제는 현행 연 3.5%인 기준금리 수준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까 하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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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2회 연속 연 3.5% 동결
한미 간 금리차, 5월 초 1.75%P 벌어질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본관에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중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2회 연속으로 동결했다. 이로써 20개월간 이어진 한국의 금리 인상기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시장의 관측은 힘을 받게 됐다. 남은 과제는 추가 인상을 예고한 미국과의 금리 격차다. 한미 간 금리차는 오는 5월 초에 1.75%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를 3.75%까지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앞서 금통위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조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8월 26일부터 지난 1월 13일까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마다 ‘베이비스텝’(0.25% 포인트)과 ‘빅스텝’(0.5% 포인트)을 밟으며 금리를 현행 3.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월 23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이날 현행으로 다시 유지했다.

한은의 2회 연속 금리 동결은 물가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나타났고, 지난달 미국·유럽 은행권 위기로 냉각된 경기에 부담을 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상승률은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은 다소나마 억제했지만,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이런 경기 위축 국면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나왔다.

한은의 2회 연속 금리 동결로 1년 8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기가 정점을 찍고 ‘버티기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게 됐다. 남은 과제는 현행 연 3.5%인 기준금리 수준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까 하는 점에 있다. 결국 세계 중앙은행에 영향을 미치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우리나라의 최종금리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인상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장은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미국의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이날 오전 11시40분 현재 ‘베이비 스텝’을 택한 비율은 71.3%로 우세하다. 금리 동결 전망은 28.7%의 지지를 얻었다.

연준의 ‘베이비스텝’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로 상승한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차는 최소 1.5% 포인트, 최대 1.75% 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미 2000년 10월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최대를 기록한 한미 간 금리차의 폭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보다 낮은 금리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절하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금융통화위원 5명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 1명은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에서 ‘베이비 스텝’을 추가로 밟을 가능성을 열어둔 의견이 우세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가 예상한 대로 둔화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앞으로 산유국 추가 감산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경로에 주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연준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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