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던져버렸을 것" 공격성 강한 원맨독, 강형욱의 진단
[김종성 기자]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3기 제자 박세리가 합류한 KBS2 <개는 훌륭하다> 169회에는 '프로 탈출견' 캡틴(수컷, 2살 추정)이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한적한 시골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보호자 부부는 '입마개 논쟁'으로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산책할 때 아직 문 적이 없기 때문에 입마개를 안 해도 된다는 아빠 보호자와 안전을 위해서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엄마 보호자는 치열하게 논쟁했다.
캡틴은 어떤 계기로 이 집에 오게 된 걸까. 아빠 보호자는 2년 전 일터에서 임시보호 중이던 캡틴(셰퍼드와 진돗개 믹스 추정)이 안쓰러워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아이들과 개를 키우는 모습을 항상 머릿속에 그려왔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강형욱 훈련사는 "이상적인 꿈"이라고 표현했다. 웬일인지 현재 캡틴은 집 안이 아닌 현관에서 지내고 있었다. 무슨 까닭일까.
집 난간 씹기, 에어컨 배관 물어뜯기, 값비싼 케이지 부수기, 신발 물어뜯기... 아빠 보호자는 캡틴이 만행을 저지를 때마다 수습하는 게 힘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보호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책을 위해 목줄을 착용시키려 하자, 캡틴은 손과 얼굴을 향해 입질을 시도했다. 엄마 보호자는 올라타려는 행동을 하는 캡틴을 감당할 수 없어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산책은 어떨까. 엄마는 점점 빨라지는 캡틴의 발걸음을 쫓아가기 바빴고, 캡틴의 파워에 질질 끌려 다녔다. 힘을 당해내지 못하니 버겁고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엄마 보호자는 "무슨 상황이 있을 때 과연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품고 있었. 실제로 주택가에 들어서자 다른 개들이 캡틴을 향해 짖어댔고, 캡틴은 그에 강하게 반응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 보호자는 속수무책이었다.
"네 발 달린 30kg짜리 개가 달리면 힘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강형욱)
그렇다면 아빠 보호자는 캡틴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까. 산책할 때는 목줄을 당겨 제어했지만, 마당에서 뛰어다니는 캡틴을 컨트롤하지는 못했다. 워낙 텐션이 높은 캡틴의 스피드와 활달함은 극강이었다. 캡틴은 엄마 보호자에게 점프를 시도했는데, 역시 힘을 감당하기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아빠 보호자는 그저 장난을 치는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집이 비어 있으면 캡틴은 중문을 열고 들어와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쓰레기를 물어뜯고, 급기야 쓰레기를 먹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당으로 나간 캡틴은 담벼락으로 점프하더니 담을 훌쩍 넘어 탈출했다. 이웃집 할머니는 캡틴을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이 개에 물렸다는 뉴스를 접했던 주민들의 원성도 이어졌다.
강형욱 훈련사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물론 보호자 부부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케이지를 설치했지만, 그마저도 넘어다녔다. (덮개가 없는 케이지를 설치한 점은 아쉬웠다.) 위에 천막을 덮어도 찢고 나왔다. 와이어를 설치해도 탈출을 위해 시도했고, 그 때문에 목에 출혈까지 생겼다고 한다. 결국 부득이하게 현관에서 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엄마 보호자가 <개는 훌륭하다>에 사연을 보낸 결정적인 이유는 집 밖으로 탈출한 캡틴이 새를 입에 물고 왔었기 때문이다. 마치 사냥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 순간 앞으로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으리라.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에게 캡틴에 대해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캡틴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랑 반려견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음식 공격성이 있냐, 없냐'예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캡틴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 보호자와 악수를 나누며 '나는 안전한 사람이다'라고 인지시켰다. 강형욱은 캡틴이 스스로 힘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는 개라고 분석했다. 또, 밥을 먹을 때 아이들에게 입질을 한다는 사실을 듣고, 음식을 먹을 때 공격적인 반려견이 아이를 좋아하면 통제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캡틴도 이미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강형욱은 만약 자신이라면 (아이들에게 점프하고 올라타려는 캡틴을) 밀치거나 잡고 던져버렸을 거라며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이어서 캡틴의 행동을 이해하기 쉽게 재현하여 설명했고, 아빠 보호자가 캡틴의 위험성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아빠 보호자는 캡틴의 산책 영상을 보고 캡틴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강형욱은 원맨독인 캡틴을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아빠 보호자에 대해 인지시킨 후, 이 집의 상황이 자신의 집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빠 보호자는 캡틴에게 '드웨인 존슨'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힘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캡틴에게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확실하고 단호한 교육이 필요했다. 아빠 보호자가 캡틴에게 명확하게 지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캡틴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힘으로 서열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강형욱은 아빠 보호자에게 잡고 밀치는 동작을 통해 반복적으로 놀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 후에는 목줄을 잡고 그대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캡틴은 거칠게 저항했다. 목줄을 꽉 잡아야 제지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계속해서 목줄을 쥐고 도망가지 못하게 통제하자 캡틴은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훈련은 아빠 보호자에게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이런 방식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빠 보호자는 당황한 듯했지만, 강형욱은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캡틴 같은 반려견은 힘으로 압도된 후 '나보다 센 보호자다'라고 확실하게 서열이 정리되어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개월 때부터 이런 식의 놀이를 해줬어야 했지만 다소 늦은 셈이다.
몇 번의 훈련으로도 캡틴의 변화는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자리에 얌전히 앉아 눈치를 살피는 행동을 보였고, 몸을 만지며 예뻐해줘도 평소와는 다르게 더 이상 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강형욱은 이후에도 캡틴의 행동이 다시 격해지려 하면 같은 방식으로 제지해 명확하고 신속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히도 아직 성장기인 캡틴은 훈련을 잘 따라와 주었다.
강형욱은 캡틴을 위해 야외 견사를 설치할 것을 권유했다. 지금처럼 현관에서 키우기보다 좀더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얘기였다. 그 공간은 단순히 캡틴만의 집이 아니라 가족의 휴식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제안은 공간 분리보다 '월담'을 방지용이기도 했다. 농촌에서 꾸준히 발생하는 대형견 사고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강형욱의 도움으로 캡틴을 좀더 이해하게 된 보호자 부부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늘 걱정과 두려움을 품고 살았던 엄마 보호자는 캡틴이 어떤 이유로 사고를 치는지 알게 됐다며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캡틴은 꾸준하게 훈련하면 분명 훌륭하게 성장할 반려견이었다. 그들이 안전하게, 또 행복하게 살아가길 응원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선시대 정책적으로 변호사 활동을 억압한 이유
- "프로 선배들 너무 왔어" 눈길 사로잡은 '최강야구' 참가자들
- 아이브의 인기 요인?... 이 질문에 아이브가 내놓은 대답
- 대놓고 B급 선언한 이 영화... 맨정신으로 볼 수 없다
- 첫날부터 영업 중단 사태, 백종원이 찾아낸 돌파구
- CG가 아니었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충격 안긴 장면
- "한국과 일본 국민, 정상회담에 대한 온도 달라"
- 보기 드문 성공, '놀라운 토요일' 5주년의 의미
- '세월호 엄마'들의 장기자랑, '기이한' 장면의 의미
- 망치로 컴퓨터 박살 낸 금쪽이, 오은영도 예상 못 한 속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