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간호법 독주' 움직임…용산 '尹 거부권'까지 꺼냈다
대통령실이 간호법과 관련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야당이 또 독주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현행 간호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의료계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실이 재의요구권 행사의 조건으로 ‘야당의 독주’를 내세운 건 당·정이 간호법과 관련한 중재안을 야당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에선 민·당·정이 함께 참여하는 간호법 간담회가 개최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과 정부 지원을 보강하는 대신, 간호사 직역 관련 내용을 기존 의료법에 존치시켰고, 의사 단체에서 간호사의 단독개원 문제를 제기한 ‘지역사회 간호활동 별도 보장’ 문구를 삭제했다. 여·야간 간호법을 둘러싼 막판 협상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재의요구권’이란 배수진을 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다. 13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직역과 관련한 내용을 분리하고, 간호사 관련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명문화했다. 대한의협 등 의사단체는 “의료법의 체계를 뒤흔들 뿐 아니라 간호사의 단독 의료 행위가 가능해지는 법”이라며 통과 시 총파업도 배제치 않겠단 입장이다. 반면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사 단체에선 “간호사 단독개원은 가짜 뉴스”라며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 맞서고 있다. 이날 당·정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의사협회는 “긍정 검토”, 간호협회는 “수용 불가”로 입장이 엇갈리는 상태다.
민주당은 간호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 9일 고위 당·정에서 여당이 간호법에 대한 중재안을 내놓겠다고 하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여당과 대통령실은 이런 야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간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공정한 대우에 공감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일방적 간호법에 대한 내용은 어떤 대선 공약집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간호협회를 방문해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공약집엔 현행 간호법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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