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도전" 공개 석상서 말한 바이든…공식선언 미루는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다만 공식 출마선언 시기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활절 다음날인 이날 백악관에서 달걀을 굴리는 부활절 행사 이스터에그롤을 앞두고 NBC방송 투데이 쇼의 알 로커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로커 앵커가 “(이 행사를) 몇 번 더 하고 싶지 않은가”라고 묻자 “적어도 3~4번은 더 할 것”이라고 답했다. 로커 앵커가 “내년 대선에 나간다는 뜻이냐”라고 재차 묻자 “출마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그러나 아직 그것을 발표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공개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이미 드러내 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재선 도전 문제에 대해 “공식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2024년에 재선에 도전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지난 2월 아프리카 순방 중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대체 몇 번이나 더 말해야 (재선 의사를) 믿겠느냐”며 남편의 도전 의사를 확인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일만 남은 셈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출마 공식화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선언은 당초 올해 초로 예상됐다. 론 클라인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뒤 재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그러나 사저에서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가 발견되고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기약 없이 발표 시점이 밀렸다.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선언이 당장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한다.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당국의 수사·기소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굳이 출마 선언으로 화제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민주당 내 바이든 대통령을 위협할 유력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도 출마 선언이 미뤄지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은 “심각한 경쟁자가 없는데 출마 선언을 해서 선거운동 규칙과 규제에 스스로 노출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NBC 방송은 5월 쯤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와의 국가부채 한도 협상이 이 즈음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 전에 선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보다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출마 선언이 7월이나 가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측 인사들의 예상이라고 보도했다. 분기별로 집계돼 공개되는 선거자금 상황을 그 이유로 들었다. 출마 선언 이후 초반에 강력한 선거자금 모금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2분기 중반보다는 3분기(7월 시작) 초에 시작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핵심 측근들은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NBC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도 사실상 재선 슬로건이 연상되는 “일을 마무리하자(finish the job)”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최근에는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미국 투자)’ 행보를 통해 전국에서 입법 및 경제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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