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도청' 의혹…정상회담 '지렛대' 될까

이지은 2023. 4. 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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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미국에 대한 항의 먼저"
유상범 "尹, 충분히 의견개진할 것"
김태효 "공개된 정보 상당수 위조"

한미 정상회담을 보름여 앞두고 미국 정부가 한국의 외교안보라인을 도·감청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의 기밀문서가 유출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야당에서는 이번 도·감청 논란을 한미 정상회담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여당에서는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은 하겠지만 공개적으로 내용을 밝히지 않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미국에 대한 항의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게 수순"이라며 "국내를 향해서 분노의 지점을 잡고 얘기하실 것이 아니라, 미국을 향해서 명확한 입장들을 계속해서 요구해야 한미 정상회담을 하든 안 하든 거기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지 않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도·감청 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동맹국간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자 위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만큼 한미 정상회담서 이를 일종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 반도체법 등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측의 주도권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고 의원은 "미국과는 동맹 관계에 있지만 반도체 이슈가 있다. 오히려 우리가 지금 국내의 경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주도권을 쥐어야지만 한미 간에서 동등한 위치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 측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개적 언급은 힘들 것이라고 봤다. 유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공개적으로 언급은 안 되겠지만, 충분하게 의견개진을 하실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정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도·감청이 과거에도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던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미국 측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서 "미국에 관련돼서 굉장히 불리하고 불편한 내용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다면 미 국방부나 미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 정부한테 항의하고 '사실이 뭐냐' 공개적으로 묻나"며 "미국도 (이럴 땐) 기다려 주고,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답변을 할 때까지 재촉도 공개적으로 안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스노든이 폭로했을 때도, 동맹국이라고 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우리나라도 있고요. 이스라엘도 있고 일본도 있고 전 세계에 (도·감청을) 했다"며 "그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정부들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미국 정부는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를 했고, 물밑으로 필요한 양해사항이 일부는 좀 오간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야당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이 기정사실이라 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 "미국이라는 나라가 적대국은 말할 필요도 없고 동맹국에 대해서도 항상 정보수집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 (독일) 메르켈, (프랑스) 마크롱까지도 감청돼서 메르켈이 2021년도에 오바마 대통령한테 엄청나게 항의를 하고 그런 일도 있었다"면서도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도·감청 논란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에 한미동맹 복원 혹은 강화, 이걸 외교의 최대 숙원사업이고 치적이라고 내세우고 있지 않나"며 "그런데 이 문제를 너무 추궁하고 따지고 미국에 재발 방지, 사과 이렇게 막 하는 게 과연 한미동맹 복원이라는 방향과 궤를 같이하느냐, 아마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방미 길에 오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방미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며 "오늘 아침에 양국 국방장관이 통화를 했고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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