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당적 바꿔 당선된 27세 여성의원, SNS서 집중포화…"배신자"논란
입헌민주당 출마했다가 2년만에 자민당 입당
"당이 바뀌어도 저 자신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당적을 초월해 지역을 바꾸고 싶습니다"
지난 9일 치러진 일본 통일지방선거 전반전에서 당적을 바꾸고 시의원에 당선된 27세 여성 정치인, 이마이 루루 당선자가 일본 정계 안팎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는 2년 전인 2021년 일본 전국 최연소 후보로 정치에 입문하고 이번에 당적까지 바꾸면서 당선돼 일각에서는 '배신자'라는 오명도 함께 쓰고 있다.
11일 NHK는 이마이 당선자의 당선 배경을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마이 당선자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 지난 1월 집권여당 자민당으로 입당, 이번 선거에는 기후현 다지미시의 무소속 자민당 추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NHK는 그가 이적으로 '철새정치',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 기성정치와 차별화를 둔 '젊은 정치'를 내걸어 표심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이마이 당선자는 정계 입문부터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그는 2021년 입헌민주당에 입당해 피선거권을 얻은 25세 생일날 기후현 5구 중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전국 최연소 후보였지만 당시 경쟁자였던 자민당 중진 의원과 1만3000여표 차이로 근소하게 패배했다. 이 때문에 '입헌민주당의 희망'으로 불리며 무서운 야당 정치 신인으로 떠올랐다.
불과 1년 남짓의 시간이 흐른 지난 1월, 그는 입헌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리고 무소속·자민당 추천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에서 당적을 바꾼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다가, 보수 야당도 아닌 진보 색채가 뚜렷한 당에서 자민당으로 옮긴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언론들도 당시 과정을 ‘금단의 이적’으로 불렀다.
입헌민주당에서는 당 대표의 유감 표명과 함께 지지자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입헌민주당은 그의 탈당계를 수리하지 않고 제명 조치를 했고 2021년 중의원 선거에 지원한 활동자금 650만엔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NHK와 지역 언론에 따르면 당시 물밑에서 움직인 것은 바로 자민당이었다. 입헌민주당으로 선거에 나갔을 당시 이마이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을 맡았던 전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입헌민주당 탈당자가 계속 발생하는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이은 ‘친정 리스크’를 자민당은 바로 기회로 삼았다.
기후현 다지미시의 경우 '보수 왕국'으로 불리는 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30년간 시장이 비자민당 출신일 정도로 야당 강세가 비교적 강한 지역이다. 다만 지역 의회 2석은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이 나란히 한 석씩 나눠 가져왔다. 이마이 당시 후보가 자민당으로 온다면 야당 강세 지역에서 자민당이 지역 의회 의석 독식을 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민당 지역 중진들은 이를 노리고 포섭에 나선 것이라고 NHK는 분석했다.
결국 이번 선거운동은 이러한 반발과 낙인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선거사무소에는 '배신자'라고 적힌 인쇄물이 배달되기도 했고, 입헌민주당 시절 받은 활동 자금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도 빗발쳤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배신자, 다지미시의 망신이다"라는 야유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마이 당선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유세전에서 강점을 보이며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고 갔다는 평가다. SNS를 잘 활용한 것은 기성 정치인과 차별점을 만드는 요소가 됐고, 27세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을 더 뚜렷하게 드러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라인, 페이스북을 모두 사용하며 연설이나 거리 유세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소통했다.
공약과 정책도 젊은 층을 정조준했다. 이마이 당선자는 당시 출마 회견에서도 "(탈당은) 지역을 위해, 가장 노력하고 싶은 육아 지원·여성 청년 지원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진지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산전·산후 조리를 위한 휴식 시설 제공’, ‘일하는 여성의 경력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청년 지역 고용 촉진’ 등을 내걸어 2030이나 아이를 기르는 젊은 부모의 표심을 공략했다.
결국 이번 당선에는 육아와 청년 정책 등 젊은 정치에 목말라 있던 유권자들의 표심,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 인지도 등이 맞물려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재진에게 “다지미시의 미래를 위해 정치를 하고 싶었다”며 “한 표 한 표를 무겁게 받아들여 유권자들의 생각을 정치권에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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