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포수' NC 박세혁, 알고 보니 '알짜 FA'

양형석 2023. 4. 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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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 후 8경기서 8안타 2홈런 5타점 6득점 맹활약, 투수리드도 일품

[양형석 기자]

만약 올 시즌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긴 암흑기를 끝내고 반등에 성공한다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유력한 꼴찌후보는 NC다이노스가 될 거라 전망한 야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NC는 2022년 시즌이 끝나고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핵심선수들인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 내야수 노진혁(롯데), 불펜투수 원종현(키움 히어로즈) 등이 대거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8경기를 치른 현재 NC는 5승 3패로 두산과 함께 공동 3위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첫 5경기에서는 2승 3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3연전을 스윕하며 공동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022년 12월 6+1년 최대 132억 원의 다년계약을 체결한 에이스 구창모가 개막 후 2경기에서 9이닝 8자책(평균자책점 8.00)으로 부진한 것을 고려하면 NC의 초반 선전은 더욱 놀랍다.

마운드에선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5년 차 우완 송명기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타선에서는 김성욱과 박민우, 오영수 등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양의지 이적 후 NC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지던 포수 자리에서 새로 합류한 이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준 것이 매우 큰 힘이 되고 있다. 시즌 초반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양의지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는 이적생 박세혁이 그 주인공이다.

양의지 잃은 NC가 급하게 영입한 포수
 
▲ 유니폼 바꿔입은 양의지와 박세혁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말 무사 2루 두산 양의지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NC 포수 박세혁을 지나치고 있다. 이번 시즌 양의지는 NC에서 두산으로, 박세혁은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겼다.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NC는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1년 창단 당시부터 NC를 이끌었던 초대 사령탑 김경문 감독이 시즌 중에 중도 사퇴하면서 2014년부터 이어졌던 '연속 시즌 가을야구 진출'도 4년에서 멈췄다. 하지만 NC구단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다음 시즌 재도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동욱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한 NC는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던 포수 양의지를 4년 총액 125억 원에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NC의 양의지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NC는 2019 시즌 간판타자 나성범(KIA타이거즈)이 시즌 개막 후 23경기 만에 무릎 십자인대파열로 시즌아웃 되는 악재가 생겼음에도 생애 첫 타격왕(타율 .354)에 오른 양의지의 맹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5위로 1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그리고 NC는 2019년 반등의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2020년 드디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NC 첫 우승의 일등공신 역시 양의지였다. 2020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홈런(33개)과 타점(124개)을 기록하며 NC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양의지는 친정 두산을 만난 한국시리즈에서도 6경기에서 타율 .318(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두산 시절이던 2016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양의지는 각기 다른 팀에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다.

2021년 포수와 지명타자를 오간 양의지는 타율 .325 30홈런 111타점의 성적으로 커리어 최초로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NC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2년에는 130경기에서 타율 .283 20홈런 94타점으로 NC이적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양의지의 7번째 포수 골든글러브를 막을 선수는 없었다. 그렇게 NC에서 최고의 4년을 보낸 양의지는 2022년 시즌이 끝나고 2번째 FA자격을 얻었다.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황금기를 끝낸 후 2022년 9위로 추락했고 명예회복을 위해 '국민타자' 이승엽을 11대 감독에 선임했다. 그리고 구단은 이승엽 감독의 취임선물로 FA최대어 양의지를 4+2년 최대 152억 원에 베어스로 복귀시켰다. 졸지에 KBO리그 최고의 포수를 잃은 NC는 양의지의 이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산에서 4년간 주전포수로 활약한 후 FA자격을 얻은 박세혁을 4년 총액 46억 원에 영입했다. 

안우진 울리며 NC의 시즌 첫 스윕 견인

2012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7순위 지명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박세혁은 양의지라는 걸출한 선배에 밀려 1군에서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프로에서 2년을 보낸 박세혁은 상무야구단에 입대해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50 12홈런 73타점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세혁은 전역 후 부상이 잦았던 최재훈(한화) 대신 양의지의 백업포수로 활약했다.

양의지의 백업포수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1군에서 273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은 박세혁은 2018시즌이 끝나고 양의지가 NC로 이적하면서 주전포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박세혁은 2019년 타율 .279 4홈런 63타점으로 활약하며 두산의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없는 지난 4년 동안 485경기에 출전하며 두산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2022년 시즌이 끝난 후 양의지가 두산으로 복귀하면서 박세혁이 NC와 계약하는 '연쇄이적'이 일어났다. 박세혁은 양의지 덕분에(?) 비교적 좋은 조건에 주전보장과 함께 새로운 팀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양의지를 거느리고 있던 NC팬들은 '46억 포수' 박세혁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하지만 NC의 새로운 안방마님 박세혁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3안타를 몰아친 박세혁은 이후 4경기에서 15타수 1안타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 7일 키움전에서 리그 최고의 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결승 솔로홈런을 터트린 박세혁은 8일 경기에서도 8회 두산 시절 동료였던 변시원을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작렬했다. 박세혁은 키움과의 3연전에서 8타수 4안타(타율 5할)를 기록하며 2홈런 4타점 5득점을 쓸어 담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박세혁은 현재 10개 구단 포수 중에서 가장 많은 홈런(2개)과 타점(5개), 득점(6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NC마운드를 팀 평균자책점 2위(2.61)로 이끌며 포수로서의 본분 역시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유난히 좋은 포수자원이 많았던 2022년 FA시장에서 박세혁은 'BIG4' 중 가장 적은 몸값을 받았지만 시즌 초반 인상적인 활약으로 NC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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