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게 혀 내민 달라이 라마 '성추행 논란' 공식 사과

아동권리단체 "아동학대" 비판
"천진하게 놀리는 성정" 해명

공식 석상에서 한 소년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결국 사과했다.

10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한 소년의 입술에 입 맞추고 혀를 내민 후 "내 혀를 핥아봐라"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지난 2월 28일 인도 북부 다람살라시 교외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촬영됐다.

당시 달라이 라마는 연단에 앉아있었고 그 앞에 있던 한 소년이 달라이 라마에게 안아도 되냐고 요청했다.

이에 달라이 라마는 "좋다"라고 답했고, 소년은 연단으로 올라가서 달라이 라마를 안았다. 달라이 라마가 자신의 뺨을 가리키자 소년이 달라이 라마의 뺨에 입을 맞췄다.

[사진=트위터 캡쳐]

그러자 달라이 라마도 소년을 향해 이마를 맞대고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혀를 핥아달라고 내밀었다가 거둬들였다.

이 장면은 관계자와 신도 등 많은 이들이 보는 가운데 벌어졌고 청중에서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달라이 라마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많은 누리꾼은 "내가 방금 뭘 본거지? 역겹다"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인도 델리에 기반을 둔 아동 권리 단체인 '하크(Haq)'는 '모든 형태의 아동 학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단체는 미국 CNN 방송에 "일부 뉴스에서 혀를 내미는 티베트 문화를 언급하지만, 이 영상 속 행동은 문화적 표현이 아니며,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달라이 라마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달라이 라마는 성명에서 "소년과 그의 가족 그리고 세계의 모든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다"라는 뜻을 전했다. 성명은 "'달라이 라마는 공공장소이자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도 천진하고 장난스럽게 사람들을 종종 놀린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이번 일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달라이 라마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에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자신의 후계자가 되려면 "매력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가 성희롱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압박을 피해 1959년 티베트 수도 라싸를 탈출,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왔다. 1989년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