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밖에 공장 지어라" 유럽 고객사 압박 받는 중국 기업들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손발이 묶였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부품 제조업체에 해외 공장 설립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자동차 제조업체가 있는 유럽에서 이러한 압박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에 기반을 둔 한 전기자동차 충전 부품 제조업체의 한 매니저는 최근 본사를 방문한 유럽 고객사로부터 해외 공장 설립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중국과 서방 간의 긴장이 고조돼 우려가 크다면서 이 매니저를 보자마자 첫번째로 내놓은 질문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매니저 왕 모씨는 고객사 측 인사들과 공항에서 공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해외 공장 설립 등을 감안해 함께 베트남, 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한다. 왕 모씨는 "솔직히 비행기를 타고 싶지도 않다"면서 "그렇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전을 하거나 사업을 잃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품 공급업체들이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고객사인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중국 업체와 냉각 부품, 브레이크 시스템 등 각종 부품 생산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중국 업체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중국 외 국가에 공장을 지으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탈(脫) 중국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코로나19 중 장기간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세계의 공장' 중국의 문이 닫히자 기업들이 공급망 혼란을 겪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타격을 줬다. 블룸버그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당장의 중국 리스크는 피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온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코자 이러한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만의 벤 심펜도퍼 파트너는 "기업들이 비용 중심 전략에서 탄력성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탄력성은 세계 다른 국가에 추가로 공장을 두는 것"이라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무역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함에 초점을 맞추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독일 로베르트보슈와 일본 파나소닉에 전자 부품을 납품하는 중국 업체 선라이즈테크놀로지는 해외 소비자 시장을 위한 셋톱박스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지은 상태다. 선라이즈 측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춰 해외 확장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가전에서 벌어지던 일이 자동차 공급망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 업계로의 전환은 시간 문제"라며 코로나19 사태와 봉쇄에 따른 주요 자동차 제조 허브의 공급망 문제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중국 닝보시에 기반을 두고 차체 부품 등을 만드는 민스그룹은 지난해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와 계약을 프랑스 뤼츠에 배터리 박스 제조를 위한 조인트벤터를 설립했다. 민스 측은 지난 2월 "최근 우리 모두는 역세계화 트렌드를 목격하고 있다"며 고객의 요구와 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위험에 잘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주중미국상공회의소가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기업의 주요 투자 국가 3위권 순위에서 탈락했다. 최근 에어버스가 중국 천진 공장에 추가 투자를 하기로 한 데 이어 테슬라도 상하이에 대규모 전기에너지 저장장치인 '메가팩' 공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다수의 중국 업체들은 고객사의 해외 공장 이전 압박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언급된다. 특히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인도 공장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 주요국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탈중국 전략을 모색하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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