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위장 수사 예산 8년째 '3억' 제자리…"책임 부담, 法 근거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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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 최근 마약범죄가 진화하는 가운데 마약 범죄자들을 잡기 위한 위장 수사 예산은 8년째 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내부에서도 마약 범죄가 제조와 유통 등 전 과정이 점조직화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장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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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위장 수사 法개정 검토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 최근 마약범죄가 진화하는 가운데 마약 범죄자들을 잡기 위한 위장 수사 예산은 8년째 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내부에서도 마약 범죄가 제조와 유통 등 전 과정이 점조직화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장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위장 수사 예산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총 3억원이 편성됐다"며 "마약 위장수사비가 부족하면 사건수사비를 끌어다 쓰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 수사 인력도 363명에 불과하며,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중 마약 전담팀은 11개서로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 일선서 중 마약 전담팀이 있는 곳은 강남, 서초, 송파, 남대문, 용산, 동대문, 마포, 영등포, 관악, 강서, 노원 등이다.
마약·보이스피싱 결합한 '신종 범죄' 등장…역할 분담도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신종 범죄가 발생하지만, 경찰의 예산과 인력은 제자리걸음이어서 범죄를 뿌리뽑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수가 학생들에게 배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중국에 총책 등 배후가 있고, 이들이 마약 음료 제조책과 중계기 운영책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통솔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마약을 제조·유통했다고 보고 총력 대응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중국에 있는 윗선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중국 당국에 공조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마약범죄가 지능화·점조직화되면서 위장수사에 대한 합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행법상 경찰의 위장수사는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 허용되고 있다. 마약범죄는 범의 유발형이 아닌 기회 제공형만 가능한 상태다. 이미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선에서만 위장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은 "마약 위장수사는 아동,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처럼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112 신고가 들어온 건에 한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신고 건수가 워낙 많아 투약범 수사를 진행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일선서의 강력팀 형사는 "최근 마약 범죄가 심각한 이유는 10대, 주부들에게까지 퍼져있다는 것"이라며 "필로폰 외에 프로포폴, 코카인 등 마약 종류가 많고 동남아 같은 곳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함정 수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책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위장수사 필요성↑…"제조·유통책 적극 검거해야"
전문가들도 위장수사를 통해 제조·유통책을 적극적으로 검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범의 유발형과 기회 제공형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 경찰 입장에서는 책임을 지면서까지 수사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마약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상선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실제 조직의 상존 여부 파악을 위한 위장 수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지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도 "조직적 행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를 넘어서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마약범죄의 유통총책, 유통조직을 비밀리에 관찰·감시 등이 수반되는 위장수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도 마약 범죄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고질적 병리 현상으로 규정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마약범죄 척결을 위해 갑호비상에 준하는 의지와 자세로 총력을 다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경찰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검거한 마약사범은 5700여명이며, 이 중 791명은 구속됐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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