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딪치고, 뒤꿈치 통증에도 ‘펄쩍’…KBO에 열정 외인들이 뜬다
윤승재 2023. 4. 11. 08:40
지난 4일 대구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 9회 2아웃에서 나온 좌익수 방향 뜬공을 삼성 외야수 호세 피렐라가 잡아내려다 펜스에 부딪혀 쓰러진 것. 삼성은 피렐라의 호수비로 귀중한 승리를 거뒀지만, 피렐라가 구급차로 호송되면서 마냥 웃을 순 없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다. 병원에서 단순 타박 진단을 받은 피렐라는 곧 전열에 복귀했다. 이후 타격 성적은 좋지 않지만 풀타임 경기를 무리 없이 치르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피렐라의 상태에 대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라면서 “피렐라가 출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프로 선수라면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의 열정을 칭찬했다.
2021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KBO리그 3년차인 피렐라는 이전부터 ‘열정의 아이콘’으로 유명했다. 거침없는 '황소 질주'에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는 동료들에게 귀감이 됐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피렐라가 2021년 다소 주춤한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삼성이 주저 없이 재계약을 추진한 것도 팀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그의 열정이 큰 몫을 차지했다.
4일 아찔했던 호수비는 피렐라의 열정에서 비롯된 산물이었다. 위험했던 순간이었지만 피렐라에게 이는 ‘당연히 해야 하는 플레이’였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열정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것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피렐라의 진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이러한 피렐라의 열정을 보고 감명을 받은 외국인 선수도 있었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열정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오스틴은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선 뒤꿈치 통증을 참고 9회 말 교체 투입돼 끝내기 안타를 쳤다. 끝내기 승리가 확정되자 통증에도 펄쩍 뛰며 환호했고, 팀 동료 및 팬들을 향해 큰 제스처를 연달아 하면서 남다른 열정을 표출했다.
하지만 이런 오스틴에게도 피렐라의 부상 투혼은 뜻깊었던 모양이다. 오스틴은 “피렐라를 잘 모르지만, 굉장히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라면서 “최근에 펜스에 부딪히는 모습을 봤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팀 승리를 위해 한 몸을 바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오스틴의 열정을 더 자극헸다.
흔히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두고 사람들은 ‘용병’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성적을 위해 큰돈을 주고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해 쓴다는 표현으로, 1년마다 성적으로 재계약을 맺는 외국인 선수들을 두고 팬들은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최근엔 용병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라졌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도 더 이상 ‘외인(外人)’이 아닌 팀의 일원으로서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보이며 ‘용병’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만큼 성적도 좋은 피렐라와 오스틴이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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