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LG의 '도루' 각인 효과와 삼성의 피치 아웃
배중현 2023. 4. 11. 06:30
65.4%.
LG 트윈스의 올 시즌 첫 8경기 팀 도루 성공률이다. KBO리그에서 도루를 가장 많이 시도(26회)했지만, 성공률은 리그 평균인 68.6%에 미치지 못한다. 팀 도루 1위(17개)를 기록 중인 LG를 두고 "실속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법하다.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 빌 제임스는 "성공률이 70% 이하면 도루를 시도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우린 팀 도루 성공률이 65%만 나와도 성공"이라고 단언한다.
프로야구 현장에선 도루의 손익 분기점을 75% 내외로 잡는다. 이보다 낮으면 뛰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의미다. 도루는 실패 시 기대 득점이 크게 하락하는 만큼 위험 요소가 작지 않다. 주루·작전 코치 출신인 염경엽 감독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가 주목하는 건 도루가 만들어내는 '나비 효과'다.
염경엽 감독은 "(성공률이 65%라면) 나머지 10%는 상대에게 주는 대미지, 타자에게 주는 도움, 수비에 주는 프레스(압박)다. 65%만 나와도 (도루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80%에 가깝다"고 말했다. 주자가 뛸 거라고 판단하면 상대 배터리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견제하다 보면 타자와 승부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LG는 이런 부분을 도루로 얻는 '보이지 않는' 효과라고 판단한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선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었다. 6회 말 LG 공격. 2-1로 앞선 삼성 라이온즈는 무사 1루 문보경 타석에서 피치 아웃을 시도했다. 1루 주자 김현수가 도루할 것으로 판단, 의도적으로 공을 하나 뺀 것이다. 눈길을 끈 건 볼카운트였다. 삼성 배터리는 2볼-1스트라이크에서 피치 아웃을 했다. 볼카운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상대 작전을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실제 주자가 뛰지 않아 삼성의 전략은 무위에 그쳤지만, LG의 도루를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피치 아웃 덕분에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문보경은 풀카운트 끝에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LG는 시범경기 내내 '각인'에 집중했다. 14경기에서 무려 50번의 도루를 시도, 32개(2위·SSG 13개)를 성공했다. 시범경기 도루 1위 홍창기(7개)를 비롯해 11명의 선수가 최소 1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선수가 뛸 수 있다는 시그널을 꾸준히 보냈다. 이어 시범경기 기조를 정규시즌 초반에도 이어가고 있다. 9일 삼성전에선 6회 이중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LG를 만나는 팀은 이제 도루를 걱정해야 한다. 11일부터 사직 3연전을 치르는 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LG는 지난달 18일 롯데와 시범경기에서 7명의 선수가 7개의 팀 도루에 성공했다. 4회를 제외한 매 이닝, 타순을 가리지 않고 주자들이 뛰었다. 지난해까지 LG에서 뛴 롯데 포수 유강남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언제든 가라고 한다. 본인이 판단할 수 있을 때 움직이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며 "우린 전 선수가 (자율적으로 도루할 수 있는) 그린라이트"라고 말한다. 홍창기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편하게 뛰라고 하니까 선수들도 과감하게 뛸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성공률이 높지 않지만, LG는 끊임없이 뛴다. 그러면서 상대 배터리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낸다. '양날의 칼' 같은 도루를 어느 팀보다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계속 공격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타자나 주자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거다. 공격적으로 하면 다른 동료에게 혜택이 있다"고 강조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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