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다가오는 기촉법 재연장 발의…“차제에 상시화를”

유제훈 2023. 4.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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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오는 10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일몰 기한이 도래하면서 해당 법의 재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이후 이어진 글로벌 긴축 기조로 우리 기업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가운데서다. 일각에선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차제에 일몰 연장을 넘어 기촉법을 상시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기촉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해당 법의 적용시한을 오는 2027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10월 일몰을 앞두고 여섯 번째 연장에 나선 것이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법원에 의한 회생·파산 외에도 시장에 의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법으로 도입됐다. 이 법을 근거로 한 워크아웃 제도는 채권자 중 75%가 찬성할 경우 진행될 수 있어 법원의 기업회생이나 자율협약과 비교해 속도감 있는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여섯 번째 기촉법 일몰 연장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어려워진 경제 상황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 이어진 긴축 기조로 기업의 부실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이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한 기업은 2020년 157곳, 2021년 160곳, 2022년 185곳이다.

또 법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법인의 회생 신청 건수는 1047건으로 전년 대비 12.09%나 감소했지만, 파산 신청 건수는 1004건으로 5.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기업들이 법원 회생절차를 밟는 대신 정부 지원으로 버티다가 파산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많음을 의미한다. 특히나 코로나19 중소기업·자영업자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로 인한 ‘착시효과’를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욱 악화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일각선 차제에 기촉법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된다. 그간 기촉법은 여섯 차례의 일몰 연장과정에서 상시화 문제를 논의해왔으나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가 필요하단 논리, 구조조정에서 관치(官治) 영향이 짙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무산돼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잠재부실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때마다 (기촉법) 연장에 품을 들이기보단 제도 보완에 힘을 쏟는 게 적절해 보인다"면서 "그간 논의 중 제기된 여러 쟁점도 상당 부분은 보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경영계에서는 기촉법 상시화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한다. 법원 회생절차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회생 기업에 주어지는 ‘낙인’ 효과를 고려할 때 복수의 선택지를 열어두는 한편 상시화를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단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기촉법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은) 절차의 편의성과 기업의 부실 극복 가능성이 다른 제도로 대체되기 어렵고, 일몰 시점에 재논의가 반복되는 제도적 불안정성으로 기업 구조조정 계획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면서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논의를 답습하기보단 신속히 제도화(상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구조조정 제도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호평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기업 지원 및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 옵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위기 대비 파산시스템 지표(Indicator for Crisis Preparedness of Insolvency System)’에서 84.0점으로 조사대상국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법정 외 채무 재조정에 대한 개선사항(19.0점) 등 여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영향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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