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동물은 물건 아니다"…반려동물 법, 여야 모두 찬성한 속내

김기환 2023. 4.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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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일까, 아닐까.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하는 현행 민법을 개정하자는데 여야가 의견을 모았다. 쟁점 법안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경우가 많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려동물 인구의 표심(票心) 앞에서는 한데 뭉쳤다.

지난 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지막 원내지도부 회동을 갖고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7개 법안에 합의했다. 합의한 법안 대부분이 국회법·공직선거법·형법 등 개정안인데 눈에 띄는 건 동물복지와 관련한 민법 개정안이었다. 합의문에는 개정 취지를 “동물에 대한 국민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여야가 이견 없이 개정하기로 한 민법은 98조(물건의 정의)다. ‘본 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電氣)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권리의 주체는 사람과 법인, 권리의 객체는 물건인데 반려견 등 동물은 민법 98조에 따라 ‘물건’으로 분류됐다.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하다 보니 동물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고, 보험금을 산정할 때도 대인이 아닌 ‘대물’ 배상으로 다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과 사람은 물론, 동물 간 발생한 사고가 늘었지만, 기존 법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려견을 키우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해당 민법 개정안을 콕 집어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정안은 법무부가 2021년 10월 발의했다. 민법 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내용의 2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동물에게 그 자체로서 법적 지위를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다. 물론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동물이 곧장 권리의 주체가 되는 건 아니다. 동물의 생명도 법으로 보호할 가치, 즉 법익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과 그 권리를 실제 법률행위까지 할 수 있는 ‘권리 능력’으로 발전시키는 건 다른 문제라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이 국민의 인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방송법·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처리를 두고 첨예하게 맞붙은 여야가 동물 관련 법안 개정에 이견 없이 합의한 건 내년 총선 표심이 달려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펴낸 ‘2022년 동물보호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 4명 중 1명(25.4%)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야 모두 구애에 나선 MZ세대(20~40대 초반)가 반려동물 이슈에 민감하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남녀노소, 그중에서도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가 반려동물”이라며 “소프트한 이슈면서도 젊은 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어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려동물과 관련한 공약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페이스북 '건희사랑' 캡처.

정부도 기존 ‘동물보호’ 관점에서 이뤄지던 정책의 초점을 ‘동물복지’로 바꿔 대응하는 추세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정부 부처 최초로 동물복지 전담국을 신설했다. 송남근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학대·유기 및 개물림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 정책을 확대하고,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는 등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동물 병원을 가벼운 질병을 치료하는 1차 병원과 중대한 병을 다루는 2차 병원으로 세분화하는 방안, 동물 병원에서 치료받을 경우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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