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깎아 MZ마음 잡을까…여야 불 타는 '1000원 아침밥' 경쟁
대학생에게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놓고 여야가 원조 논쟁을 벌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이 2017년부터 시행된 것은 맞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부터 사업 아이디어가 기획되어 2017년 1월 계획·예산이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광주 전남대를 방문해 “1000원의 아침밥은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부터 지원했던 사업”이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또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전체 대학(3월 기준 41개 대학)으로 확대하는 안을 냈다. 최근 경희대를 방문해 학생들과 아침밥을 함께 먹은 김기현 대표가 주도했다고 한다. 이 역시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전체 대학으로 대상을 확대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자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하루 두 끼를 제공하자”고 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은 1000원의 아침밥 사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직접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10일 결정했다. 이런 양상은 2011년 무상급식 논쟁 당시 여야가 찬반으로 갈려 난타전을 벌인 것과 다른 모습이다. ‘아침밥 경쟁’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MZ세대 잡아라
여야가 1000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MZ세대 지지율을 끌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 중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51%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22%)도, 민주당(25%)도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2022년 기준 대학 학부 재학생은 278만3633명으로 전체 20대 인구 688만6781명(2021년 인구총조사)의 40%에 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학생 마음을 잡으면 MZ세대 전체도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밥값을 깎아준다고 MZ세대가 무작정 환영할지는 의문”이라며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일 수도 있다”고 했다.
②적은 예산, 큰 효과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은 학생이 1000원을 부담하고,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여기에 대학도 자율적으로 추가분담을 한다.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연간 150만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소요 예산은 15억8800만원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느 대학에 가보니 하루에 100~200명 정도가 1000원의 아침밥을 이용하고 있더라”며 “전체 대학생을 대상으로 삼아도 모두가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보니 실제 소요예산은 많아봐야 연간 수십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내 유치원 및 초·중·고 무상급식의 경우 올해 예산은 9685억원(초·중·고 8890억원, 유치원 795억원)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개별 사업으로만 봐도 대학에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한 연구용역 사업이 10억원 정도 든다”며 “10억원대로 전체 대학생이 반길만한 정책은 이만한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희석된 포퓰리즘 논쟁
1000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해 “퍼주기”라며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공부하는 대학생에게 밥을 먹인다”는 시각이 있어서다. 오세훈 시장도 10일 페이스북에 “따뜻한 아침밥 한 끼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썼다. 게다가 남는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부수효과도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대학별로 사업 도입 여부가 엇갈려 학생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0원의 아침밥 급식 단가는 3500~4000원인데, 학생(1000원)과 정부(1000원) 부담분을 제외한 1500~2000원은 대학이 부담한다. 그래서 재정여건이 어려운 일부 지방대에서는 재정부담 탓에 사업 도입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신청대학도 전국 41곳에 불과했다.
농해수위 소속의 국민의힘 의원은 “일각에서는 ‘직장인에게도 도입하자’는 말이 나오는 등 포퓰리즘 수단으로 변질될 조짐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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