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북 ICBM 발사 보름 전에 알았다…시긴트로 파악"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 떠도는 문건 중 미국이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 동향을 파악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으로 추정되는 자료에는 "북한: 초기 단계 ICBM 발사 시험 준비 작업 진행 중"이라는 제목의 북한 관련 보고 대목이 포함됐다. 해당 문건에는 "북한이 3월 1일 KN-SS-X-22(KN28) ICBM에 대한 '기기 장치 점검'(instrumentation checkouts)' 시험을 진행했으며, 이는 시험 발사를 위한 초기 단계 태세 점검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돼 있다. 이어 "이는 시긴트 보고를 통해 획득한 정보"라고 명시됐다.
시긴트는 통신 감청이나 전파 탐지로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각종 정보를 지상 기지국으로 보내는 텔레메트리란 기기 장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파·신호를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RC-135V/W 리벳조인트 등 시긴트 자산을 배치하곤 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북한(Korea, North)을 뜻하는 'KN' 코드를 붙인다. KN-28은 '화성-17형' 등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뜻하는 용어로 추정된다. 글렌 반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2021년 KN-28에 대해 "사거리가 상당히 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16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 1발을 발사했다. 당시 딸 김주애와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 반도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 연습을 빈번히 벌이는 미국과 남조선에 그 무모성을 계속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사실이라면, 미국 측은 북한이 실제 ICBM을 발사하기 보름 전부터 이를 위한 기기 점검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해당 문건에는 'REL FVEY'라는 표기도 명시돼 있다. 이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에게만 공유 가능하다'(Releasable to Five Eyes)는 뜻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8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된 문건에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등 핵무기 프로그램 관련 최근 정보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문건들의 진위와 유출 경로는 조사 중이지만,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동향을 북한의 통신을 감청하는 방식인 '시긴트'로 파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 정보 당국의 북한에 대한 시긴트 정보 수집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재부상한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전략과도 맞닿아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이버 공격, 통신망 교란ㆍ파괴 등으로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시키는 전략인데, 이를 위해선 사전에 도발 징후를 포착하는 작업이 필수다. 지난해부터 북한이 열차, 저수지, 골프장 호수 근처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미사일 기습 발사를 시도하는 것도 이러한 ‘발사의 왼편’ 전략에 대한 대응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시긴트 외에도 정찰 위성이나 정찰기를 통해 수집한 '이민트'(IMINT·영상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휴민트(HUMINT·인간 정보) 등 다양한 정보 자산으로 북한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앞서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북한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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