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前정부 경제 '방만'…정상화하는 과정"

뉴욕=조슬기나 2023. 4. 1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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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평가하며 전임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당초 밝힌 대로 1.6% 수준에서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추 부총리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지금 경제운용이 굉장히 어려운 이유는 첫 번째는 대외환경, 두 번째는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정책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수장인 추 부총리는 취임 후 정책 행보와 느낀 점에 대한 질문에 "(전 정부가) 방만한 경제정책을 세우거나, 운영을 해왔다. (취임 후) 이 부분을 깨끗하게 정상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전 정부에서) 재정 운영 측면이나 가계부채, 집값, 집값에 대한 접근방식 등 경제운영의 방식들에 문제가 있었다"며 "한 해에 몇 차례씩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면서 18~19% 재정 지출이 증가해도 '왜 돈은 더 쓰면 안되냐'식의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다"고 비판했다. 필요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계감 자체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 정부에서)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 부동산 대책 역시 본질과 관련 없는 부분을 부자 증세 논리로 '징벌적 과세'를 지나치게 도입했다"며 "(현재) 이런 운용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한때 10%대까지 치솟았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하지만 가계부채 자체가 워낙 높은 상태기에 여전히 경계감이 크다고 추 부총리는 덧붙였다.

그는 "쉽게 말해 좀 안 좋을 때 가계대출 등이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좋은데, 이 상황에서 (정책 운용을) 해야 하니 그 자체가 '살얼음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상화로 가는 길이지만 (거시경제 환경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속도는 그만큼 못 내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수험생에게 스스로 점수를 매기라고 할 수 있느냐"며 직답을 꺼렸다. 다만 "항상 100점을 목표로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인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수 부족 우려도 인정했다. 추 부총리는 "(세수 부분은) 좋지 않다"며 "4분기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고, 우리 경제전망 역시 상반기는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작년부터 여러 차례 말해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앞서 정부가 공개한 국세수입 현황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 부분이다. 그간 추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이 1.6%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혀왔다.

다만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다수 지표에서 하강, 둔화 추세가 확인된다. 추 부총리는 "변수가 많다. 미국조차도 여러 전망들이 다양하게 나오지 않느냐"며 "중국이 과거처럼 우리에게 빠르게 반등의 기회가 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고 대외 변수들을 주목했다.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등락하고 있지만 대외신인도에선 문제가 없다"며 "정상 범위"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11일까지 뉴욕에서 블랙스톤, 뉴욕멜론은행, 골드만삭스 경영진과 연이어 만남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한국 경제 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설명하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 건전성과 안정적 외환·금융시장에 대해 강조할 계획이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의 봄 총회와 연계해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G20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현재 한국 경제를 두고 특별히 위험하다, 불안하다고 평가하는 곳들은 없다"면서도 "미국 등이 불안하면 어떤 형태로 변형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늘 경각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를 둘러싼 수많은 변수, 산적한 경제 과제들 속에서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떠나기 직전, 추 부총리가 집어 든 '포춘쿠키' 내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Don`t find fault, find a remedy'. 결점을 찾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라.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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