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포탄 33만발 72일간 해상·항공 운송 계획도 담겨

유출 美국방부 기밀문건 보니…
우크라이나 우회지원용 추정
문건 유출은 내부 소행에 무게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쏘고 있다. AP뉴시스

최근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에 한국에서 생산한 155㎜ 포탄 등을 옮기기 위한 일정표로 추정되는 문서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현재 공유되고 있는 유출 문건 중 ‘대한민국 155 운송 일정표(33만)’ 제하의 문건에는 포탄의 운송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미국 정부의 2급 비밀인 ‘비밀(secret)’로 표기된 문서는 올해 2월 27일 작성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여기에는 한국산 155㎜ 포탄 33만발을 유럽 등지로 옮길 경우 사용될 동선과 소요 시간 등이 빼곡이 적혔다. 문서에는 시행명령(EXORD·execute order) 발령 후 10일째 항공편으로 첫 이송을 개시하며 45일째까지 하루 4천700여발씩을 옮기게 된다고 적혀있다.

시행명령후 27일과 37일째에는 한국 경남 진해항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수송선 한 척씩이 출항해 72일차 전후까지는 해상운송도 마무리짓는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은 포탄 운송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유출돼 미국 언론들에 소개된 기밀의 맥락을 따져볼 때 이들 포탄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미사일 부족으로 다음 달 23일이면 완전히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문건 유출 경위와 배후를 조사 중인데, 외부 세력이 아닌 정보기관 내부 소행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대공 미사일이 동나면서 러시아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막기에 역부족인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러시아제 방공 무기의 대공용 미사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쟁 초기 러시아 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 군사기지와 대도시에 맹공을 퍼부었지만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은 건재했다. 러시아군이 잘못된 정보로 오인 폭격을 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미사일 창고에 전폭기 공격을 퍼부으면서 방공 미사일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 유출된 기밀 문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의 주축인 러시아제 S-300 미사일은 지난달 3일 소진됐으며, 또 다른 러시아제 Buk 지대공 미사일은 이달 중순 동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의 89%를 차지한다.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은 이달 들어서야 장병에 대한 훈련이 마무리돼 최전선에 배치될 예정이다.

수사 당국은 미 정부에서 작성된 문서인데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세계 정보 리뷰’ 보고서와 형식이 유사한 점 등으로 볼 때 유출이 내부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불만을 품은 내부 직원부터 미국 국가 안보를 훼손하려는 세력의 소행까지 4~5가지의 가설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유출의 배후로 러시아도 여전히 ‘용의 선상’에 올라있다. NYT는 친러시아 성향의 채널에서 문건이 유포된 점을 근거로 “러시아가 문서를 위조해 허위 정보를 흘렸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기획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조작이 사실이더라도 위조는 이미 문서가 유출된 뒤 이뤄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송태화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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