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람을 살리는 방화벽들

2023. 4. 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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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78, 296. 튀르키예 지진에서 기적 생환을 만든 구조 시간대들이다.

근래 우리는 과신과 게으름으로 주요 방화벽을 대놓고 약화시켰다.

방화벽이 위태하면 국민은 불안해진다.

경제 방화벽의 척결 영순위는 '지대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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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61, 278, 296. 튀르키예 지진에서 기적 생환을 만든 구조 시간대들이다. 쩍 갈라진 470㎞ 단층 파열 띠 옆 에르진시의 지진방어책은 사상자·붕괴 0의 기적도 만들었다. 피해는 사람 노력에 달렸음을 증명했다. 아파트 붕괴, 침수에 더해 이태원 참사까지 내내 위험했던 작년. 마지막 한 주도 끔찍했다. 북한 무인기는 서울을 농락했고, 과천 아크릴 방음터널이 녹아내렸다. 흰 백조(알려진 위험)들마저 방치했던 결과다.

외부와 내부 네트워크 간 벽인 ‘방화벽’은 악성 트래킹에 맞서 유출이나 파괴를 억제한다. 더 넓게는 실현된 위험의 피해를 막는 장치다. 근래 우리는 과신과 게으름으로 주요 방화벽을 대놓고 약화시켰다. 추돌 사고율이 설혹 줄더라도 에어백의 성능을 마구 낮출 수는 없잖는가. 방화벽이 위태하면 국민은 불안해진다.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권이라는 최근 발표와도 무관치 않으리라.

위험의 ‘피해’에 그 ‘확률’을 곱한 기댓값이 당국의 정책 타깃이다. 확률은 예방 조치로 낮춘다. 피해는 방화벽 강도로 낮추는데 그 관계가 특이하다. 유의미한 억제 기능을 가지려면 특정 수준의 강도는 필수다. 대충 쌓은 제방들은 파도에 무너진다. 그래서 가령 방화문의 최소 성능은 아예 건축법령에 정해놨다. 반면 최고 강도가 능사는 아니다. 천장 하강식 방화 셔터도 너무 빽빽이 설치하지 않고 연기만 감지되면 바닥 닿기 전 멈춘다. 다 인명 비상 대피를 돕기 위해서다. 유구했던 한양도성이지만 용도와 입지상 철옹성처럼 쌓지는 않았다. 기회비용이 중요하다.

치닫는 핵 위협의 방화벽이 절실하다. 죄다 뚫린 후 우리 드론도 북한 침투에 성공했다던 발표나 흔들리는 안보라인 관련 보도들이 참 당혹스럽다. 재난, 역병, 사이버전, 기후위기도 급하다. 수사 부실과 재판 지체가 부추기는 숱한 강력범죄들의 피해 구제망을 강화하자. 경제도 물론이다. 기존의 물가, 환율, 경상수지, 금융안정 외에 경제안보가 강조된다. 드세진 제로섬(각국도생) 주의로 공급·제조·수출망의 다각화가 급선무다. 일테면 대만 TSMC사의 지정학적 방화벽 쌓기가 주는 영감이 크다.

경제 방화벽의 척결 영순위는 ‘지대추구’다. 관치로 생긴 이익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 속칭 삥뜯기들에 골몰하다 공멸한다. 문화와 백성은 훌륭했으나 궁핍 속에 몰락한 중국과 한국의 근대사도 이 이론으로 설명됐었다. 한데 지대추구 카르텔의 주범은 공복들이기에 규제 및 공직사회 개혁이 시급하다. 얼마 전 은행 옥죄기가 조악한 관치의 전형이다. 심지어 당국 회의에서 벤치마킹한다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은 그 후 일주일 만에 폐쇄됐다.

다들 육로 차단만 주장할 때 충무공은 파격의 명량에서 불을 껐다. 그런 혁신적 방화벽들을 구축하자. 그러곤 닦고 조이고 모의주행이다. 방화 셔터가 위험 감지를 못하거나, 하강 모터가 죽거나, 레일이 비틀리면 그걸로 끝이다. 방화벽들의 조정 시스템도 중요하다. 조정 부재는 요새 참사들의 공통점으로, 거꾸로 불통과 발뺌이 넘쳤다. 현 국가위기관리센터보다 더 광범위한 컨트롤타워에서 중대 위기들을 총괄하자.

방탄. ‘특권적 실드치기’를 뜻하는 K은어라는 걸 BTS 팬들이 알까 씁쓸하다. 국민에게 진짜 방탄복을 입히자. 봉화 갱도의 기적에 이어 연일 산불과 대치해온 대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고국 방문길의 친구 부부와 봄의 싱그러움을 좇아 다시 찾은 한산도. 왕은 백성을 버렸고 나라는 풍전등화다. 견내량까지 침범한 73척의 일본군을 맞아 충무공이 펼쳤던 학익진(鶴翼陣). 저 창해 위 난공불락의 방화벽이었을 위용,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달군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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