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설레는 사랑 공부
질투는 때로 믿을 수 없이 유치하고 때로 자신에게조차 치명적인 파괴의 신이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삶의 전략이라니 놀랍다.
남녀의 짝짓기 전략, 여자가 원하는 것과 남자가 원하는 것, 배우자 유혹하기, 혼외정사 등 흥미롭지만 지극히 사적 영역이었던 주제를 지적인 논의로 이끈 책이 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인간 짝짓기’에 대한 연구서 『욕망의 진화』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등의 지원과 전 세계 협업으로 완성한 진화심리학의 명저다.
왜 남자는 젊은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할까, 뇌섹남이 왜 인기일까, 정절은 필요한가, 외도도 재테크일까 등등 어림짐작만 하던 궁금증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으로 독서모임 하던 날, 젊은 청년들의 참여가 눈에 띄어 물어보니 최근 한 자기계발 유튜버의 소개로 연애를 고민하는 젊은 층이 이 책에 관심이 많다고 답해 반가웠다.
삶의 고귀한 자산인 섹스를 함부로 버리는 이유가 어이없게도 촌스럽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라는 대목이 안쓰러웠다. 어릴 적 ‘사랑받음’을 확신하지 못한 아이는 2차 성징이 더 빠르고, 짧게라도 ‘사랑받는’ 느낌을 위해서 일회성 섹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의학적·통계적 결과는 가슴 먹먹한 깨달음이었다.
학창 시절에 이런 원리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싸이와 박정현의 노래가 생각나는 아련한 안타까움이다. 초등 저학년부터 성교육하는 시대지만 정작 불혹의 나이에도 잘 모르는 게 사랑이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도 우리는 사랑의 ‘진짜 이유’를 모른 채, 상처받는 영혼을 방치한다.
동물은 더 나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언제, 누구와도 짝을 바꾸지만, 인간은 거의 50%가 ‘사랑의 힘’으로 상호 약속을 지켜낸다. 어떻게 가능할까. 사랑에 성공하는 법, 그 사랑을 지켜내는 방법이 흥미진진하다. 사랑은 지혜이고, 사랑 공부는 신나는 설렘이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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