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축소' vs 野 '비례확대'…문제인식 같았지만 해법 제각각
소선거구·준연동형비례 폐해에 공감대
'위성정당 사태' 재발방지 한 목소리
의원 다수 이석, 막판 썰렁했던 본회의장
22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10일 가동을 시작했다. 전원위 개최는 역대 세 번째이며, 지난 2003년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약 19년 만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8명의 의원이 7분씩 각자의 소신에 따라 발언을 했으며, 때때로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를 병행하며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공식적으로는 정치개혁특위가 의결했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개의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의원들은 여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이어갔다.
먼저 현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여야 의원들의 인식이 같았다. 국회 역사상 오점으로 남을 '비례위성정당'이 출연했다는 점, 사표 발생이 많은 소선거구제의 모순이 극에 달했다는 점, 인구비례에 따른 지역구 획정이 도농 격차를 확대하고 지방소멸을 촉진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었다.
국민의힘의 첫 주자로 나선 최형두 의원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국민의 표심과 국회 의석의 극단적 괴리현상은 수도권에서 극단적 왜곡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며 "수도권 득표율 차이는 12%p 였는데, 의석수로는 1당(민주당) 103석, 2당(국민의힘) 17석으로 무려 600%의 격차를 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지난 총선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의 표는 사표가 됐다"면서 "이를 최소화해 대표성을 보완하는 것이 선거제 개편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컸다. 비례정당으로 배지를 단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오"라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위성정당 사태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민주주의의 큰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비례제만큼은 이번에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야 간 해법은 결이 달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내놓은 의원정수 30명 축소안과 연계한 비례제 폐지 혹은 축소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축소를 한다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20대 총선까지 실시되던 방식인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 동결 내지 축소돼야 하며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병립형으로 개정되거나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예 폐지돼야 한다"고 했으며, 전주혜 의원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환원하는 것이 위성정당 출연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비례대표의 기능은 이미 소실했다"며 전격적인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례제 이견…與 '폐지·축소' vs 野 '확대'
의원 정수에서도 여야 간 입장 차
지역구 방식은 의원 개개인 선호 다양
이에 반해 민주당 의원들은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중심으로 지역구 정치가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례를 확대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의당의 경우, 다당제가 기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비례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우리 정당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비례 의원들까지 수도권에 연고를 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중심 정치는 더 심각하다"며 "(비례 의석이) 의원 정수의 4분의 1인 75석은 돼야 비수도권 의석 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정수 확대 의견도 개진됐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정개특위가) 제안한 안은 300명 동결이지만, 의원 정수를 국민 동의와 함께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례 확대로 의원 수가 늘어도 세비 삭감, 보좌 인력과 예산 동결 등 특권을 내려놓은 개정안을 만들어 이해를 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례제와 달리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여야 간 특별한 전선이 형성되진 않았으며, 의원 개개인의 선호가 강하게 나타나는 형국이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소선거구제 유지에 방점을 찍은 반면, 윤상현·이용호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혹은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제안했다. 민주당에선 김영배 의원이 소선거구제의 폐지를 주장했지만, 같은 당 이장섭·고영인 의원은 "소선거구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은 편견"이라며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선거제 개편을 두고 여야 간 혹은 의원 간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선거제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다수 의원들이 회의 중 자리를 뜨면서, 초반 200명이 넘게 들어찼던 본회의장은 막판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선거제 개편에 대한 여야의 의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야 지도부 인사들도 회의 중간 자리를 비웠다.
총 나흘 일정으로 계획된 국회 전원위원회는 11일 2일차 질의·토론에 들어간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총 28명(민주당 15명, 국민의힘 11명, 비교섭 2명)이 발언에 나서며, 시간은 답변 시간을 포함해 7분이 주어진다. 이날 전원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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