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석 충돌…국민의힘 “줄여야” 민주당 “늘려야”
국회 전원위 쟁점 Q & A
국회가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의원 28명이 연단에 올라 선거제를 바꿔 승자독식 정치 문화를 타파하자고 외쳤다. 의원 전원이 참여해 토론하는 전원위원회 가동은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 논의 이후 처음이다. 다만 회의 시작 때는 219명 의원이 출석했으나 양당 대표가 빠져나가자 70여 명만이 회의장에 남았다. 전원위는 13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전원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쟁점별로 묶어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했다.
① 왜 소선거구제를 바꾸려 하나=현행 소선거구제는 253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씩 선출한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고, 낙선 후보가 얻은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그 결과 유권자 표심과 실제 의석수 배분에 차이가 발생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2020년 21대 총선은 그 차이가 특히 심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은 각각 49.9%, 41.5%로 8.4%포인트 차에 불과했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민주당 163명, 통합당 84석으로 2배가량 차이가 났다. 수도권은 양당 득표율 격차가 12.5%포인트(민주 53.7%, 통합 41.2%)였는데, 민주당이 수도권 의석 119석 가운데 103석(86.6%)을 독식했다.
연단에 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선거구제의 역사는 한마디로 거대 양당제 싸움판의 역사”라며 “문제가 많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트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당 이헌승 의원은 “여론조사에서는 소선거구제 유지 의견이 훨씬 높다. 내각책임제라면 모를까 현행 대통령 직선제하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② 중대선거구제는 무엇인가=지역구별로 2명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학계에선 통상 한 선거구에서 2~5인을 뽑으면 중선거구제, 6명 이상 뽑으면 대선거구제로 분류한다. 현재 국회의원·광역의원 선거는 지역구별로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기초의원(시·군·구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2~4인)를 채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중선거구제의 운을 띄웠다. 국회 정개특위 결의안에는 ▶지역 선거구마다 4~7인을 뽑되 유권자가 정당과 정당 추천 후보를 각각 선택하도록 하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시에선 3~5인을 뽑고, 농촌에선 1인을 뽑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등 두 가지 방안이 포함됐다.
③ 중대선거구제 한계는=중대선거구제의 문제는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다. 현재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경기도 수원시만 해도 선거구는 갑·을·병·정·무로 쪼개 무려 5개나 된다. 수원시 국회의원이 5명이란 얘기다. 반면에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은 4개 시·군에서 국회의원 1명만 나온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농촌은 인구 감소로 4개의 시·군이 한 선거구인 곳이 많아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한 이유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도시는 중(대)선거구,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은 현행 소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과거엔 수도권에서 우위를 보였던 민주당이 이를 반대했는데, 전원위에선 민주당에서도 “소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제를 검토할 수 있다”(전해철), “중대선거구제를 골자로 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박재호) 등 찬성 발언이 이어졌다.
다만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국가 안에서 여기는 소선거구, 저기는 중대선거구로 다르게 적용하는 외국 사례가 있나. 도농복합형은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한 표가 갖는 가치가 달라져 위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④ 비례대표 확대 여부는=현재 국회의원 의석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다. 당초 비례대표는 직능 대표자와 전문가의 국회 진입을 장려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2020년 총선에서는 준(準)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으나,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이어지면서 준연동형 비례제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전원위에서 양당이 크게 갈린 건 비례대표 정수 문제였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제가 중앙당 공천권을 강화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권력을 유지해 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이헌승), “비례대표 의원 자격 논란과 입법 과정에서의 악용 사례를 봤을 때 비례대표제는 입법 민주주의 편법지대로 전락했다”(김승수)며 축소 의견을 냈다.
반면에 민주당은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했다. 김영배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한 6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권역별 비례제로의 전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도 “비례대표는 최소 75석은 돼야 국회의 대표성·비례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구 의원수를 28석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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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準) 연동형 비례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2019년 민주당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사표를 줄인다는 취지와 달리 이듬해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등 ‘꼼수’ 위성정당 탄생으로 귀결됐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시는 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농·산·어촌은 선거구 당 1인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제도다. 인구가 적은 지역구의 통폐합을 막으면서 인구가 많은 지역은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대안적인 방식이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선거구마다 4~7인을 뽑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확정한 뒤 후보 득표율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당이 후보 당선 순번을 정하는 ‘폐쇄명부식’과 달리 당선 순번에 유권자의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지만 복잡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
오현석·강보현·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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