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방미 앞두고 악재…대통령실 “감청 상황파악 뒤 미국에 조치 요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보름가량 앞두고 불거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논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대통령실은 10일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국 언론 보도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보도가 나온 상황이나 유출됐다는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에게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이번 사안을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연관짓는 데 대해선 “청사 보안 문제는 이전해 올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보안이나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회의와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박홍근 원내대표), “주권도 못 지키는 비굴한 태도”(윤건영 의원)라며 한·미 양국 정부를 겨냥해 맹공을 퍼부었다.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인한 보안 대책 미비 탓이라는 주장과 함께 주한 미국대사 초치, 상임위 소집 요구 등도 내놨다. 이재명 대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앞으로 객관적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 가면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도·감청 원인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문이라는 민주당 주장은 정치 공세이자 근거가 전혀 없는 일방적 선동에 불과하다”(유상범 수석대변인)고 바로 맞받았다. 또 “북한 간첩 사건에는 침묵하던 민주당이 도·감청 의혹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건 독버섯 같은 친북·반미단체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국회에서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를 만난 뒤 “대통령비서실은 지금 옮긴 곳이 훨씬 도·감청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정부가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페이스북에 썼다.
이런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한 최종 조율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도·감청 정황 기밀문서 유출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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