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이 무수한 옻칠로 성실하게 일군 세계 #더메이커스
Q : 메이커로서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
A : 2022 불가리 오로라 어워드의 크래프츠맨십 부문에서 수상한 때.
Q : 무엇이 당신을 메이커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A : 어릴 때부터 미술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고등학교 진학 시 도자를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공예에 입문했다.
Q : 작업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A : 사포질. 제일 좋아하는 동시에 싫어하는 과정이다. 면이 깨끗하게 다듬어지는 걸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지만, 끝없이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은 너무 괴롭다.
Q : 김옥을 상징하는 ‘머지 시리즈(Merge Series)’의 탄생은
A : 대학 졸업 후 장시간 방황했다. 서른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옻칠에 뛰어들었지만, ‘머지 시리즈’를 시작할 무렵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지쳐가는 나를 응원하고 돌을 쌓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Q : 자신 혹은 작품을 표현하는 세 가지 키워드
A : 희망, 집념, 자유.
Q : 3D 프린팅과 렌더링 등 동시대의 기술은 ‘메이커’의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A : 지금까지는 손으로 만든 결과물만 공예로 인정받았다. 지금의 기술은 공예에 새로운 화두와 다른 방식,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공한다. 아직 3D 프린팅의 도움을 크게 받을 일은 없지만, 세라믹 작업을 하는 작가의 작업실에 가면 3D 프린터가 바쁘게 움직인다. 슬립 캐스팅을 위한 마더 몰드를 3D 렌더링으로 정교하게 디자인해 출력해서 사용한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직접 만들어야 했다. 언젠가 3D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메이커가 지닌 덕목으로 자주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된다고 생각하는 것
A : 과대평가되는 덕목은 아티스트라면 항상 영감이 솟구칠 것이라는 사실. 과소평가받는 건 근면함과 성실함. 작업에 시간을 쏟지 않으면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는다. 많은 작가가 ‘워라밸’ 없이 작업한다.
Q : 창작자로서 항상 희망하는 것
A : 마르지 않는 창조 욕구.
Q : 분야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좋아하는 창작자
A : 장 뒤낭(Jean Dunand). 옻칠에 대한 엄청난 연구와 다작을 한 스위스계 프랑스 아티스트다. 프랑스에서는 재료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독학으로 많은 옻칠 작품을 남겼다.
Q : 다시 태어나고 싶은 시대가 있다면
A : 지금이 제일 좋지만, 잠시만 다녀올 수 있다면 나전칠기의 전성기인 고려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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