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호소 정치 안돼"…친이낙연계, 이재명 저격? 결집 나섰나
'총선 역할론'도 제기돼…측근들은 "굉장히 이른 얘기" 일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한 것과 관련, 다양한 정치적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친이낙연계는 이낙연 전 대표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정치적 행보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는 그의 측근들의 결집 계기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이낙연계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듯한 비판을 쏟아낸 것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위한 밑그림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10일 장례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슬픔을 달래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허둥거리다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모자람을 용서해 달라"며 "텅 빈 마음 부둥켜 안고 견디겠다. 장인어른이 생전에 주신 말씀들 새기며, 다시 힘내 살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지난 8일 급거 귀국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국내에 체류하는 열흘 간 정치 활동은 자제할 예정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그간 페이스북에 게재한 현안 메시지를 둘러싸고도 다양한 해석이 일었고, 민주당 내 갈등 국면에서도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려왔던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국내에 머무는 기간 동안 이낙연계가 어떻게든 모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했을 때 공항에서 그를 맞이한 것도 대표적인 이낙연계 설훈·윤영찬·전혜숙·양기대·김철민 의원 등이었다. 빈소에도 이들과 오영환 원내대변인 등이 찾았다.
조문한 의원들은 모두 빈소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체제'에 반발심을 가진 이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6월말 귀국을 앞두고 총리 시절 외교 경험을 담아 한국의 외교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하고, 독일 등에서 강연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토론회
"유튜버 무당-저질 지도자가 당 주물러"
이재명·개딸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돼
공교롭게도 이날 이낙연계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모임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정치적 해석을 더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모임은 '정치공황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영표·윤영찬·김철민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당내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인 조응천·박용진 의원 등도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홍영표 의원은 "태극기와 개딸로 상징되는 극단적 팬덤 정치가 한국의 현주소인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극단적 양극화는 정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어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팬덤 정치를 통한 정치의 양극화 등을 극복할 수 있다"며 "지금 이낙연 전 대표께서 안 계시지만, 연대와 공생이 던지는 과제들은 앞으로 우리가 더 힘을 모아서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신경민 전 의원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수박' 리스트가 돌아다녔는데 틀림없이 유튜버 무당들이 열심히 활동한 것으로, 무당급 유튜버와 저질 지도자가 결합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민 전 의원은 "결국 '유튜버 무당'들이 정치 지도자와 결합해 당헌·당규·공천·국가 정책까지 다 주무르고 있다"며 "자기 지지자들에게만 호소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을 선동하는 저질 지도자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남평오 연대와 공생 운영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팬덤에 의지하고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를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미래가 있을까"라며 "민주당이 정말로 책임·신뢰의 주체로 다시 거듭나는 반성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정치)공황의 시대를 극복하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와 그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을 저격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한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당을 위해 만약 총선이 다가왔을 때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이든 누구든 우리 당의 중요한 인물들을 좀 와서 도와주십사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이낙연계 등 일부 의원과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낙연계는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행보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된 질의에 "그것이 우리 당의 진로와 관련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이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계 결집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인이 돌아가신 것과 (이낙연계의) 결속과 연관성이 있는지, 이는 억측 가운데서도 심한 억측"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낙연 전 대표의 움직임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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