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하락 출발…침체 우려에 기술주 약세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월요일인 10일(현지시간) 경기침체 우려가 재확산하며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이번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 여파를 미칠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와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한 실적 발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경제전망 발표 등이 예고돼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3.23포인트(0.19%) 하락한 3만3422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1.34포인트(0.76%) 낮은 4073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7.37포인트(1.30%) 내린 1만1930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에서 기술, 통신, 임의소비재, 부동산 관련주가 하락한 반면, 에너지, 산업, 소재 관련주는 상승세다. 특히 기술, 통신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테슬라는 수요 촉진을 위해 일부 모델의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장 대비 4% 이상 떨어졌다. 애플은 맥 출하량이 경쟁사 대비 큰 폭으로 급감했다는 IDC 보고서 등으로 2.59% 내렸다. 알파벳은 2.08%, 마이크로소프트는 2.24%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마이크론테크놀리지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감축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7%이상 올랐다. 피오니어 네이처 리소스는 엑손모빌이 회사 인수를 위해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는 외신 보도에 8%이상 뛰었다.
부활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투자자들은 재차 확산한 경기침체 우려 속에 지난주 금요일 공개된 고용보고서를 소화하는 동시, 이번주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 기업 실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Fed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대기하고 있다. 공휴일인 지난 7일 공개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3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3만6000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노동시장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경기침체 우려도 재차 확산했다.
관건은 오는 12일 공개되는 3월 CPI 발표다. 3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1% 올라 전월 6%에서 5%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확인될 경우 Fed를 둘러싼 긴축 경계감은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시장에서는 여전히 끈적끈적한 근원 물가를 주시하고 있다. 여전히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면서 근원 CPI가 헤드라인 CPI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다음날인 13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 14일에는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율 발표가 예정돼있다.
찰스 슈왑의 랜드 프레더릭 상무는 "Fed의 금리 인상에 있어 이번 주 CPI, PPI가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타비스 맥코트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 약간의 둔화가 필요하지만, 경착륙 공포를 촉발시키기엔 지나치지 않은 골디락스가 필요하다고 시장은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12일 공개되는 3월 FOMC 의사록은 앞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직후 첫 FOMC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당시 은행권 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강행한 배경과 Fed의 경제 평가 등을 주목할만하다. 이밖에 이번주에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Fed 당국자들도 줄줄이 연설에 나선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70%이상 반영하고 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일주일 전 42%대에서 29%대까지 내려갔다.
이번 주에는 IMF와 WB가 워싱턴에서 연차총회도 개최한다. 전 세계 주요국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수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스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2.0%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위드코로나 전환과 리오프닝, 예상보다 양호한 선진국 경제 등에 기인한 조치다. IMF 역시 11일 세계 경제 성장률과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공개한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앞서 전 세계 성장률이 5년간 3%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비관론을 제시했었다. 세부적으로는 은행권 위기 우려에 따른 미국, 유럽 등의 성장률 전망치가 조정될 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3일 델타항공과 14일 JP모건체이스, 씨티, 웰스파고 등을 필두로 실적 시즌도 본격화한다. SVB 사태 이후 첫 분기 실적 발표인만큼 중소형 은행 파산이 은행권 전체에 어떤 여파를 미쳤을 지, 향후 대출규제 및 신용경색 등과 관련해 어떠한 경영진 메시지가 나올 지 등이 관건이다. 이는 산업 전반의 성장 전망은 물론, Fed의 향후 금리 인상 행보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500지수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작년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된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지표들을 대기하며 전장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41%선,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99%선을 나타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6%이상 오른 102.7선에서 움직였다.
유럽증시는 상승세다. 독일 DAX 지수는 전장 대비 0.5% 오른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영국 FTSE는 1.03%, 프랑스 CAC지수는 0.12%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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