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필로폰+우유 '마약음료'…일당 2명 구속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를 만들고 전달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일당 2명이 구속됐다. 한 명은 ‘마약음료’를 제조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한 혐의를, 다른 한 명은 피해자 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건 휴대전화 번호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길 모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김모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아르바이트생 4명이 시음행사를 가장해 고등학생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강원 원주를 중간 기점으로 두고 퀵서비스 등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비대면으로 ‘마약음료’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학생에게 건넨 ‘마약 음료’를 제조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한 길씨를 강원 원주에서 검거했다.
길씨는 경찰에서 “친구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 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거는데 협조한 김씨도 같은 날 인천에서 체포했다. 김씨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학부모 협박용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로 변작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총책은 국외에 있고, 중간책이 변작 중계기 등으로 번호를 바꿔 피해자에게 접촉하고, 아르바이트생을 활용하는 점조직 형태로 마약 음료를 제작·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과 비슷한 셈이다.
한편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음료’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 경찰에서는 마약 수사 전담인력 800여명으로 구성된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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