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퇴직연금 급감...의도된 결과? [재계 TALK TALK]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9조2386억원으로 2021년 말(9조6027억원)보다 4%(3641억원) 줄었다.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이보다 큰 폭 감소해 연말 기준 적립금이 7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알려진다. 1년 사이에 2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롯데손보의 주력 자산은 퇴직연금이라는 점에서 적립금 이탈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롯데손보는 전체 자산 18조4137억원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운영하는 자산(특별계정자산)의 비중이 34%(6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사실상 가장 비중이 크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급감한 것은 업권 간 치열해진 금리 경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퇴직연금의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금리가 큰 폭 올랐다. 이에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에 주력하던 증권사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내놓으며 점유율 확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경색으로 자칫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통상 퇴직연금(DB형) 계약 갱신은 1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이때 움직이는 자금이 수백조원에 달한다. 더 높은 금리를 좇아 퇴직연금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존 연금 자산에 포함된 채권을 팔아 현금화해야 한다. 이때 대규모 채권 매도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채권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등하는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인식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지나친 금리 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는 최근 퇴직연금 적립금 급감은 ‘전략적 금리설정’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손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과당 경쟁에 뛰어들 경우 향후 자산운용 면에서 부담이 클 수 있다. 과열된 금리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상대적으로 역마진 우려를 덜었다는 게 롯데손보 측 설명이다.
다만, 업권 특성상 당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고 보험 계약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도 매우 힘들다. 코코본드 전액 상각 등으로 시장 불안 심리가 지속되면서 금융권 전반적으로 조달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다.
롯데손보 측은 “연말에 몰린 퇴직연금 만기를 분산하고 DC와 IRP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중장기 전략에 따라 장기보장성보험 강화 등 보험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2~2023.04.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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