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에 불안한 내 돈… “金을 사시오”
경기침체 우려·글로벌 패권 다툼 영향 반영
전문가들 “한동안 대체투자로 주목 받을 것”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치솟고 있다. 이달 들어 역사적 고점 수준에 올라선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자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금은 전통적인 위험회피 수단이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변동 위험이 적은 실물자산이 주목받는다. 국제 금값 사상 최고가는 지난 2020년 8월 기록한 온스 당 2069.4달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던 시기다. 시장에서는 경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6월물 국제 금 선물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온스당 2026.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3일 2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내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금 가격은 SVB 파산 이후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기준 현재 국제 금 시세는 3월 초 대비 10% 가까이 오른 상태다.
최근 금 선물 시세가 오른 것은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3월 마지막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예상치(20만건)를 웃돈 수치다. 미국 기업들의 2월 구인 건수도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인 993만건에 불과했다.
경기 침체 불안감이 높아진 데다 달러 약세, 국채수익률 하락(국채 가격 급등) 등도 이어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대내적으로 SVB발 신용위험, 러시아와의 신냉전 대립, 공급망 및 기술패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사우디와의 에너지 패권 갈등을 겪고 있다”며 “누적되는 갈등 리스크로 지친 자금들이 일단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값도 국제 시세 맞춰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현물의 1g당 가격은 지난 7일 전 거래일보다 1.21% 오른 8만6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는 8만67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4년 3월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금이 한동안 대체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월가에서는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시티은행은 각각 올해 안에 금값이 온스당 2200달러, 230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티나 텡 CMC마켓 분석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중단 시기를 앞당기면 금값은 더 오를 수 있다”며 온스당 2500~2600달러를 예상했다.
금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24억9760만원에 달했다. 지난달 전체 판매액(39억5594만원의)의 63% 수준이다. 금값이 오르면서 금 선호 심리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바 구매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금 거래 방법이다. 은행은 물론 한국표준금거래소에서 구매 가능하다. 다만 보관이 어렵다는 점과 10%의 부가세, 5%의 수수료가 붙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사자마자 15%의 거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금테크 초보자가 접근하기 쉬운 투자 수단은 KRX금시장이다. KRX금시장은 정부에서 금 거래 양성화를 목적으로 개설했으며 매매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일반 주식을 거래하듯이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통해 간편하게 금을 사고 팔 수 있다.
KRX금시장은 거래 수수료도 저렴한 편이다. 온라인으로 금을 거래하면 0.3%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1g 단위로 거래 가능한데, 구매한 금이 100g을 넘으면 실물 골드바로도 인출 가능하다. 이 경우 골드바 1개당 2만원 이내의 투자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여타 투자 수단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금 통장’으로 불리는 시중은행의 골드뱅킹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금 거래 전용 계좌를 개설하고 현금을 입금하면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금을 매입해준다. KRX금시장보다 더 작은 단위인 0.01g씩 소액 투자할 수 있다. 다만 매도 시에는 시세차익의 15.4%에 해당하는 배당소득세가 있고, 실물로 찾을 경우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금 펀드와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한 금테크도 가능하다. 일반 펀드, ETF 거래와 마찬가지로 증권사 계좌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된다. 운용보수의 경우 펀드는 약 1%, ETF(현·선물)는 약 0.5% 수준이다.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해외에 상장된 금 ETF를 거래한다면 매도 시 22%의 양도소득세를 고려해야 한다.
금 ETF는 매매방법이 쉬워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투자 수단이다. 국제 금 시세를 반영하는 종목이 일반적이며, 금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 배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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