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공적 돌봄’ 공백 해소 ‘사적 돌봄’ 대중화 필요

민태원 2023. 4. 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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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돌봄체계 급증하는 수요 한계
‘커뮤니티케어’ 정책·시행 제자리
민간 돌봄플랫폼 ‘케어닥’ 등 주목
노인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적 돌봄 영역의 확대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인구 고령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노인 돌봄이 주요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전략 중 하나로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혁신’을 꼽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관련 정책과 구체적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등 지금의 공공 돌봄체계는 급증하는 노인 돌봄 수요를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다. 장기요양 혜택을 받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900만명 중 10%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나머지 90%는 자부담으로 간병 및 돌봄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방치될 확률이 높다. 더구나 2008년 시작된 장기요양보험은 10년이 지난 2017년 이미 재정 상태가 적자로 돌아섰고 누적 적립급 대비 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노인 돌봄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고령화 가속으로 인한 돌봄 공백이 우려를 넘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단위의 주거, 의료, 요양,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는 현 상황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노인 돌봄의 대안 중 하나다. 이는 어르신들이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거주 환경 그대로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 ‘재택 돌봄’을 포함한 정책이다. 정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말까지 관련 선도사업을 진행해 왔다. 올해부터는 개편된 모델의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의료 서비스’ 제공 관련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가정 방문과 돌봄으로 환자 관리를 돕는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 시행을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해 8월 커뮤니티케어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빨리 시작된 일본, 유럽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모델을 운영 중이다. 2021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30%에 육박한 일본의 경우 2011년부터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인 ‘지역포괄케어’를 본격화했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는 의료와 개호(간병), 생활 돌봄이 어우러져 지역 전체가 노인의 삶을 돌보게 하는 게 특징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커뮤니티케어 사례도 있다. 미국의 ‘빌리지무브먼트(village Movement)’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비영리 회원 단체를 구성해 가능한 오랫동안 자신이 살던 집에 머물며 보건부터 가사 교육 이동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

네덜란드의 ‘뷔르트조르흐(Buurtzorg)’는 전문 간호사로 이뤄진 팀이 각 환자 가정을 방문해 간호·돌봄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홈케어 기업이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은 물론, 지역사회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2007년 설립 후 12년 만에 네덜란드 간호 서비스 시장의 50%를 차지하며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현재 1만명 이상의 간호사와 900개 팀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의료와 돌봄을 포괄하는 커뮤니티케어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주도와 동시에 지역 내 의료 서비스 완비가 필요한데, 편향된 노인 인구 및 의료 체계 등의 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거 환경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재택 돌봄을 위해서는 ‘케어 기버(care giver·보살펴주는 사람)’에 대한 인식과 업무환경 개선도 필수적인데, 아직 ‘간병인’ 직업에 대한 법적 제도와 안전망에 대한 모니터링이 준비돼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뮤니티케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인식돼 있지만 정작 속도를 내야 하는 정책과 시행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인 것은 국내에도 몇 년 전부터 노인 돌봄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에 기반해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어닥을 비롯해 6~7개의 시니어 돌봄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간병인·요양보호사 매칭, 방문 요양·재활, 생활 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노인 생애주기에 맞춰 적절한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현재의 장기요양시스템과 민간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케어닥 제공


이런 민간 영역의 도움을 받아 지역 거점으로 돌봄 시스템을 확대하면 커뮤니티케어 추진에 따른 정부의 고민을 덜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10일 “커뮤니티케어를 통한 노인 돌봄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민관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는 노인 돌봄의 공백 해소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지자체는 민간 서비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2021년 9월부터 민간업체와 협력해 병원 퇴원 후 일시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1인 가구 병원 안심 동행’을 진행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은평구는 2019년부터 돌봄 SOS팀을 신설하고 공공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통합돌봄을 제공 중이다.

박 대표는 “공적 돌봄 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사적 돌봄’의 영역이 더욱 대중화돼야 한다. 민간의 간병·돌봄 서비스를 더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관련 예산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노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적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재의 장기요양시스템과 민간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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