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동훈 질문에 전화 '뚝…' 역정 낸 이유는

洪, 한동훈 질문에 불편한 심기
"지도자급 인사가 생방 전화끊다니"

홍준표 대구시장이 10일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도중 전화를 끊어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홍 시장이 전화를 끊게 한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관련 질문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현정 앵커가 한 장관 총선 출마설에 대한 의견을 묻자, 홍 시장은 "총선은 총력전"이라며 누구든 힘을 보태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한 장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어 홍 시장은 김 앵커가 "한 장관이 총선보단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상징처럼 활동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묻자, "내가 할 말이 아니다", "질문 자체가 그렇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 앵커의 목소리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 시장은 이후 "내가 마치 한 장관을 시기하는 듯한 무례한 질문을 하기에 도중에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전화를 끊은 이유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생방송 인터뷰 도중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건 다소 과한 행동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 시장이 한 장관 관련 질문에 역정을 내며 전화를 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장관이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유가 좀 더 분명해진다. 홍 시장 역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한 장관은 향후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상대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 장관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건 홍 시장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홍 시장과 비교해 정치 경험이 적은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해 정치 경험을 늘리고 대권으로 가는 입지를 굳히는 상황은 홍 시장에겐 반갑지 않은 일이다.

홍 시장 인터뷰가 끝난 다음 순서로 인터뷰를 진행한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저 정도 되는 지도자급의 인사가 본인과 아무런 무슨 그게(관계가) 없어 보이는 한 장관 이슈를 물어봤다고 해서 생방송 중 전화를 끊는다는 것은 정말 놀랐다"며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앵커는 "유머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굉장히 좋은 분위기였는데 어느 순간에 조금 불쾌하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들으시는 분들도 너무 당황하셨을 것 같다"며 거듭 사과를 표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