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명수’ 시대 맞을 첫 법관대표…非인권법·우리법 택했다

김정연 2023. 4. 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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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규 대전지법 부장판사(가운데)가 제7대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사진 대법원


박원규(57·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 부장판사가 전국법관대표회의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부의장은 김규동(45‧34기)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가 맡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0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올해 첫 정기회의를 열고 새 의장단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1년이지만 통상 2년 연임해왔다.

박 의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통일부 행정사무관으로 일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사법정책연구원 개원멤버로 연구위원을 지냈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부터 대전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올해 처음 법관대표회의에 합류했다.

김 부의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구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서울행정법원, 서울동부지법,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서울고법 고법판사로 재직 중이다.


탈 인권법‧우리법…상설화 이후 처음


전국 판사들의 비정기 모임이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이후 법원 내 민주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8년 상설화 했다. 이후 의장은 줄곧 우리법‧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 판사가 맡아왔다. 이성복 부장판사(인권법), 최기상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우리법), 오재성 부장판사(인권법‧우리법), 함석천 부장판사(인권법) 등이 전임 의장이다.

하지만 이번에 선출된 의장·부의장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모임에 속하지 않는다. 함께 일했던 판사들 사이에서도 “(정치)색이 없다”“특정 정치성향이 느껴지지 않는 중도파”라는 의견이 많다.

박 의장과 가까운 한 판사는 “보수·진보로 나눠 평가할 만한 성향이 없는 편”이라며 “능력이 탁월하고 그간 재판만 열심히 하다가 이제 의견을 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최근 대법원장과 반대 의견만 내는 쪽으로 비쳐지는 면이 있어서 다소 망설임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박 의장과 함께 일했던 한 부장판사는 “성향은 보수적인 편이다. 다만 법원내 일에 대해선 합리적인 분이다. 그래서 이번에 등판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명수 ‘찬반’ 넘어 ‘포스트 김명수’ 대비?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 대법원

이른바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겠다며 세력화 했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막상 상설화 하고 나선 ‘친(親)김명수’ 행보를 보였다. 법원장 후보추천제 도입, 상고제도 개편, 고등부장 승진 폐지 등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책을 뒷받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법원행정처에 ‘코드 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거나, ‘법원장 후보추천제 재검토’ 등 김명수 대법원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조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중요 대법원규칙 및 재판예규를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 법원행정처가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의견을 요청할 것을 권고한다”는 안건이 가결됐다.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대면심리를 골자로 하는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 과정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안건에는 ‘실제 영장업무를 담당하는 법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의장단에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 선출된 것을 두고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올해 ‘무색무취’ 의장단을 내세우면서 균형을 찾을 지가 앞으로 법관대표회의 지속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관추천위원회 위원에 황성광(44·34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하기로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또 지난달 2일 발생한 전국 법원 전산망 장애에 대해 법원행정처에 설명을 요구했다. 법원행정처는 수원·부산 회생법원 데이터 이관 작업 전 대비와, 오류 발생 이후 대처 과정에서 담당자들의 실수가 이어진 큰 인재였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 이전 예정일 한달 전 주요 인력이 빠져나가며 작업 수행 전반에 오류가 있었고, 작업에 여유 시간을 확보하지 않았으며, 3월 1일 오후 8시경 오류를 처음 확인했으나 오류 수정 예상 시간 예측에도 실패해 전산 마비에 대한 공지도 늦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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