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엔씨도 ‘판교 노조’ 합류…노조 힘 커지는 IT업계, 화섬노조도 변화 바람
엔씨소프트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게임업체 중 다섯 번째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화섬노조) 산하에 또 다른 IT업계 노조가 설립되면서, 앞으로 ‘판교 IT노조’의 존재감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민주노총 화섬노조 산하 엔씨소프트 지회는 10일 출범을 공식화하고, 이날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지회 이름은 ‘우주정복’이다. 게임업체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웹젠에 이어 다섯 번째다. 앞으로 노조는 엔씨소프트 측에 ▶투명한 평가와 보상체계 ▶고용 안정 ▶합리적이고 투명한 조직문화 조성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관계법령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관련 법규와 절차를 충실하게 준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왜 지금이야
게임업계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다 보니 직원들의 이직이 잦고 근속연수가 짧다. 그래서 전체 근로자 중 노조원의 비율을 유지하기 힘들어, 노조 설립이 힘든 곳으로 통한다. 엔씨에 그동안 노조가 설립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회사 내 임직원 간의 연봉 격차와 성과 보수를 둘러싼 불만이 커지면서, 내부에서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설립 선언문에도 “고질적인 ‘상후하박’의 조직문화가 회사의 핵심 가치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적었다.
엔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연봉은 총 123억8100만원(급여 23억3200만원·상여 100억3100만원)으로, 1년 전(106억200만원)보다 16.8% 늘었다. 반면, 직원들의 1인 평균급여는 1억1400만원으로 전년(1억600만원) 대비 7.5% 상승했다.
송가람 엔씨소프트지회장은 “이전부터 내부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열망은 쌓여왔지만, 경직된 조직문화 탓에 누군가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 쉽지 않았던 환경이었다”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 구성원이 고용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처우 불만을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가 노조가 만들어진 계기”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 등의 처우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진 탓도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화섬노조 IT위원회가 각기 다른 게임·IT업체에 근무하는 111명의 근로자에게 설문한 결과,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84명의 응답자 중 74명(88.1%)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김환민 민주노총 정보경제 서비스연맹 IT 노조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처우가 좋지 않아도 이직이 자유로워 게임사 내부의 불만이 덜했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이직이 힘들어진 탓에 회사 내 처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그동안 단합력이 느슨했던 게임업계 근로자들의 분위기가 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왜 중요해
화섬노조 내에 IT·게임업계의 비중이 커지며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노조 불모지’로 불렸던 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화섬노조는 산하에 네이버(2018년)와 카카오(2020년) 노조가 설립되며 존재감을 키웠고, 넥슨과 스마일게이트(2018년)를 포함한 게임사 4개가 합류해 규모를 확장했다. 엔씨소프트 임직원 4589명(지난해 기준) 중 노조에 합류하는 인원이 얼마인지에 따라 향후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도 달라질 전망이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노조가 존재하는 게임사의 경우 각각 연봉 인상률이 비슷하게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엔씨의 노조 설립으로 게임업계 노조원들의 처우가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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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아두면 좋은 점
화섬노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게임사 산하의 노조 5개 모두 민노총 화섬노조 산하다. 앞으로 게임사를 비롯해 IT업계의 노조 설립이 확산될 경우 민노총 내부의 ‘젊은 피’ 수혈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화섬노조 임시대의원 회의에서는 노조명을 ‘공감노조’로 바꾸자는 내용의 규약 변경안이 투표에 부쳐졌다. 화학, 섬유,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IT업계를 비롯한 다른 업종과 젊은 연령대의 노조원으로 외연이 확장되면서 명칭 변경에 대한 안건이 제기된 것이다. 세 표 차로 부결되긴 했지만 제조업 중심이었던 화섬노조의 무게축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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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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