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에 달러 가치 떨어지는데…한국에만 强달러 왜?
경기침체 우려에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위세가 다시 꺾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원화 대비로는 강세(원화는 약세)를 보여,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 없이는 환율 안정도 어렵다며, 관련 지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홀로 약세 원화값 1320원 눈앞
대외 경제 환경에 민감한 한국 경제 특성상 원·달러 환율 1300원은 ‘경제위기’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과거 원화가치가 1300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를 빼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카드 사태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정도다.
원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연일 하락 중이다. 7일(현지 시간) 기준 달러인덱스는 102.9로 지난달 7일(105.62)과 비교해 2.5%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수치화한 것으로 숫자 높으면 달러값이 다른 통화에 비해 높다는 의미다. 달러인덱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 27일(114.11)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뒤,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 100 초반까지 하락했다.
실제 주요국의 통화 가치는 최근 상승 중이다. 7일 기준 달러 대비 일본 엔화값은 지난달 7일과 비교해 3.1%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화(2.3%)·영국 파운드화(3.5%)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도 도드라진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0%)·대만(0.2%)·브라질(2.0%)도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하거나 보합을 유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값은 1.7% 하락했다.
반도체·중국 수출 부진에 원화값 하락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의 부침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비대면 수요가 줄었고 이로 인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제품 수요가 급감했다. 실제 2월 반도체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41.8% 감소했는데, IT 버블 붕괴가 있었던 2001년 7월(-42.3%)과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최악 실적을 기록한 뒤 25년 만에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했다.
기대를 모았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지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9로 전월 대비(52.6) 소폭 감소했다. 제조업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방역 정책 폐지 후 지난 2월 중국 제조업 PMI 지수는 2012년 4월(53.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리오프닝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최근 SVB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PMI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의 지난달 중국 일평균 수출액도 1년 전 대비 36.3% 줄어들며, 1월(-29.5%)·2월(-31.1%)과 비교해 확대됐다.
OPEC+ 감산도 치명타
“수출 회복 없인 원화 약세 이어질 것”
나홀로 원화 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달 주요 기업 배당금 지급이 시작돼 외국인 투자자의 역송금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 배당금 지급이 많은 4월은 통상 다른 달에 비해 역송금 규모가 2~5배에 달해 원화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수출 회복 없이는 원화값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관련 지원을 총동원 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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