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에 달러 가치 떨어지는데…한국에만 强달러 왜?

김남준 2023. 4. 10. 18: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에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위세가 다시 꺾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원화 대비로는 강세(원화는 약세)를 보여,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 없이는 환율 안정도 어렵다며, 관련 지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홀로 약세 원화값 1320원 눈앞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3원 내린(환율은 상승) 1319.7원에 마감했다. 연초 1200원대까지 올라왔었던 달러 대비 원화값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지난달 10일(1324.2원) 연중 최저치로 다시 떨어졌다. 이후 1300~1320원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다시 1320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대외 경제 환경에 민감한 한국 경제 특성상 원·달러 환율 1300원은 ‘경제위기’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과거 원화가치가 1300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를 빼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카드 사태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정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연일 하락 중이다. 7일(현지 시간) 기준 달러인덱스는 102.9로 지난달 7일(105.62)과 비교해 2.5%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수치화한 것으로 숫자 높으면 달러값이 다른 통화에 비해 높다는 의미다. 달러인덱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 27일(114.11)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뒤,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 100 초반까지 하락했다.

실제 주요국의 통화 가치는 최근 상승 중이다. 7일 기준 달러 대비 일본 엔화값은 지난달 7일과 비교해 3.1%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화(2.3%)·영국 파운드화(3.5%)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도 도드라진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0%)·대만(0.2%)·브라질(2.0%)도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하거나 보합을 유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값은 1.7% 하락했다.


반도체·중국 수출 부진에 원화값 하락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의 부침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비대면 수요가 줄었고 이로 인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제품 수요가 급감했다. 실제 2월 반도체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41.8% 감소했는데, IT 버블 붕괴가 있었던 2001년 7월(-42.3%)과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최악 실적을 기록한 뒤 25년 만에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했다.

기대를 모았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지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9로 전월 대비(52.6) 소폭 감소했다. 제조업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방역 정책 폐지 후 지난 2월 중국 제조업 PMI 지수는 2012년 4월(53.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리오프닝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최근 SVB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PMI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의 지난달 중국 일평균 수출액도 1년 전 대비 36.3% 줄어들며, 1월(-29.5%)·2월(-31.1%)과 비교해 확대됐다.


OPEC+ 감산도 치명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와 러시아 블라드리미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원유 추가 감산 소식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무역적자 확대 등 경제 부담이 커진다. 실제 OPEC+ 감산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3일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14.6원 급락했다. 반면 같은 날 달러인덱스는 오히려 전 거래일 대비 0.39 떨어졌다. 달러는 약세 기조를 유지했지만, 유독 원화값에 대해서만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수출 회복 없인 원화 약세 이어질 것”


나홀로 원화 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달 주요 기업 배당금 지급이 시작돼 외국인 투자자의 역송금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 배당금 지급이 많은 4월은 통상 다른 달에 비해 역송금 규모가 2~5배에 달해 원화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수출 회복 없이는 원화값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관련 지원을 총동원 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