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 불신에 '영유' 몰리는데…정부 대책은 "홍보 강화"
영어유치원 등 유아 사교육이 증가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을 통한 유치원 교육 홍보 강화를 대책으로 내놨다. 놀이 중심 유아교육에 대한 학부모 이해도가 부족해 사교육이 증가한다고 진단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현실적인 유아 사교육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어유치원 몰리자 교육부 “교육과정 홍보 강화하겠다”
교육부는 “패러다임을 유아·놀이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상당수의 학부모는 특별활동 프로그램, 한글·영어 등 선행학습을 선호해 유아영어학원 등의 수요는 계속 증가했다”며 “놀이 중심 교육에 대해 학부모의 유아교육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과정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학부모들의 유아교육 이해도가 높아질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신뢰하는 인물,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를 대안으로 내놨다.
학부모들은 놀이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 현재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는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는데, 2019년에 누리과정은 학습보다 놀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한글 쓰기나 산수를 지양하고 충분한 놀이로 창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수업만으로는 초등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경기도 안산에서 6살 딸을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는 A씨는 “주변에 7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수학과 영어 학습지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유치원에선 초등학교 입학 준비가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유아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일반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은 1~2시간에 불과해 영어 노출을 늘리고 싶어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0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51.7%는 “놀이만 하다가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김해의 한 공립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박모씨는 “이미 한글을 배워서 오는 학생도 있는 반면 글자를 전혀 못 읽는 아이도 있다”며 “아이들이 한글을 새로 배워야 해서 학교에선 6월까지 한글을 익히는 기간을 별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어유치원 등 유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유아 단계에서 놀이교육이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한글과 산수 교육도 필요하다”며 “소득에 따른 학력 격차가 이미 유아 단계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남주 삼육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뇌 발달 단계를 고려했을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6세가 지식 위주의 학습이 필요한 가장 최적의 시기”라며 “초등학교를 5학년 과정으로 줄이고 만 6세 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별도 교육 과정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가람·이후연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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