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분 필로폰에 권총까지 들여왔다…마약범죄특수본 발족

이창훈 2023. 4. 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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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이삿짐 속에 대량의 필로폰과 함께 권총 및 실탄을 숨겨 들어온 4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10일 특가법상 향정,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장모(49)씨를 재판에 넘겼다.

조사 결과 장씨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필로폰과 권총 1정, 모의권총 6정, 실탄 50발 등을 이삿짐 속에 숨겨 선박 화물로 부쳤고 같은 해 9월 부산항을 통해 반입했다. 이 물건들을 서울 노원구에 있는 부모 집에 보관해 온 장씨는 지난달 28일 압수수색과 동시에 긴급체포됐다. 압수된 필로폰 3.2㎏으로 10만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고 도매가로는 5억원, 소매가로는 8억원어치다. 장씨는 필로폰은 비닐팩에 진공포장해 소파용 테이블 안에, 권총과 실탄은 공구함에 넣어 이삿짐과 함께 부쳐 세관 단속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과 총기를 동시에 밀반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씨의 권총은 ‘Rock Island Armory M1911-A1’ 살상용으로 유효사거리가 100m에 달한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마약은 판매 목적이라고 시인했지만 권총 반입 이유는 함구하고 있다. 장씨는 국내에서 학업과 군복무를 마치고 약 1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마약 판매상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귀국했다. 검찰은 장씨가 아직 국내 판매처를 찾지 못한 채 반입량 전체를 보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자체 입수한 첩보로 수사를 시작했다. 모든 탑승객과 화물이 X레이 검사를 통과하는 공항과 달리, 항만을 통한 마약 밀반입은 특별한 첩보가 없는 한 단속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산항의 하역량은 지난해 약 507만 TEU. 하역량의 일부를 표본으로 검사할 수밖에 없는 세관 입장에선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인 셈이다. 밀수범들은 화물 컨테이너에 입구 쪽을 마늘·부추 등 식자재로 채우고 안쪽에 가벽을 세워 그 안에 마약을 은닉한 일명 ‘벽치기’ 수법을 선호한다. 세관은 컨테이너 전체를 스캐닝하는 장비도 활용하지만 음영과 밀도 차이로만 의심 물체를 판별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세관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증가일로의 마약 밀수를 따라잡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표본검사를 하려고 컨테이너를 열어 물건 포장지를 뜯고 살펴보고 다시 원상복구하는 데만 회당 1000~2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컨테이너를 검사하는 것만도 벅찬 현실”이라며 “첩보가 있어야 잡는데 예산이 있어야 양질의 첩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운 화물은 비행편에 비해 반입 횟수는 적어도 분량이 크다는 게 특징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한·미 양국의 마약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범정부 특별수사본부 구성


날로 대범해지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이날 공무원 800여명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띄웠다. 검찰, 경찰, 관세청,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시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통관부터 수사·기소·예방까지 마약범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특수본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마약 음료’ 사건과 관련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지 닷새 만이다.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김갑식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공동 본부장을 맡는다. 검찰 377명, 경찰 371명, 관세청 92명 등 840명의 전담인력이 배치됐다. 검찰이 지난 2월 전국 4대 권역 검찰청을 중심으로 관세청·지방자치단체 등과 꾸린 마약범죄 특별수사팀(84명)과 비교하면 10배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1~2월 마약류 압수량은 176.9㎏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2.4㎏)보다 57.4% 증가하는 등 소셜미디어와 해외 직구를 통한 마약류 유통이 급증하고 있다. 마약 범죄의 연령도 낮아져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크게 늘었다. 신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약이 너무 쉽게 구해지고 피싱 범죄까지 확대돼 공갈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적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전국 마약범죄를 대상으로 수사 착수단계부터 공판과 범죄수익 환수, 예방 활동까지 공동대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청소년 대상 마약공급 ▶인터넷 마약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이 특수본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특히 마약 음료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기억력·집중력 향상’ ‘수험생용’ ‘다이어트 약’ 등이 세관 통과부터 온라인 유통까지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학교와 학원가 인근의 마약류 유통 단속과 피해 예방 활동도 강화된다. 서울시와 경찰은 ‘스마트 서울 CCTV 안전센터’와 상황실 관제 시스템, 통학로 순찰 등을 활용해 일명 ‘던지기’ 방식(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찾아가라는 방식)의 마약 거래 혹은 식음료 제공행사 단속 활동에 나선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공급 사범에 대해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가중 처벌 조항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마약사범의 실형 선고 비율이 2020년 53.7%에서 지난해 48.1%로 감소하고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적극적인 상소권 행사와 함께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 강화 안건 상정을 추진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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