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부정적 여론에 간호법·의료법 첫 시험대 오른 윤재옥

김다영 2023. 4.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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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잇따라 예방하며 본격 행보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 의장을 만나 “21대 국회가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여야가 협치하는 1년을 보내야 한다”며 “의장님께서 여야간 균형을 잘 잡아 협치할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갈등을 협상하는 자리에 꼭 맞는 인물을 모셨다”고 호응하면서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문제를 꺼냈다. 김 의장은 “과거에 제가 활동했을 때 경험으로는 (양곡관리법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합의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게 어떻게 한 교섭단체(민주당)에 의해 본회의에 회부되냐. 좀 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 원내대표는 한 달 후 새 원내대표가 뽑힐 때까지 협상 파트너로 함께할 박 원내대표를 찾은 자리에선 “지금처럼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그 길로만 간다면 우리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우리 정치는 자칫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당장 4월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여러 현안이 있다”며 “충분히 소통과 협의를 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고 민생을 우선시하는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 원내대표가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이토록 협치를 강조한 건 당장 13일 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을 본회의서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 뒤 여론 흐름은 여권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긍정 여론보다 부정 여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은 지난 9일 개최된 비공개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만들어 민주당에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다시 강행 처리된 두 법안을 윤 대통령이 재의 요구할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11일 민·당·정 간담회를 열어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관련 단체를 만나 협상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물론 중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의 처우 및 근무 여건을 명시한 게 핵심이어서 의협 측은 제정안 자체에 원천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 처우 문제 등을 개선하는 건 의협 측도 동의한다는 입장이어서 국민의힘은 별도 법 제정이 아닌 개정안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두 담을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 측도 “간호법이 간호조무사를 의사·간호사의 보조인력에서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고착화시키고, 간호조무사시험 응시자격을 고졸로 제한하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에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강기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아직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법안을 민주당이 성급하게 직회부했다”며 “여당 입장에서 각 단체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의협 측도 성범죄 및 중대범죄에 한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걸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을 분리해 야당과 대화화는 ‘투 트랙’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13일 본회의에선 양곡관리법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또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는 만큼 169석을 가진 민주당일지라도 가결시키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민주당 등 야당이 재의결하려는 양곡관리법을 여당이 반대해 무산시켰다는 걸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식의 목소리가 크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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