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깬 ‘원 코인’…신설 더블엘리에 희비교차

LCK 제공

올해부터 바뀐 플레이오프 진행 방식이 젠지를 스프링 시즌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젠지는 9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T1을 3대 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젠지는 지난해 서머 시즌에 이은 대회 2연패(連霸)를 달성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바뀐 플레이오프 방식이 시즌 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젠지는 지난 1일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 경기에서 T1에 1대 3으로 패배했다. 패자조가 없던 지난해까지였다면 그대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 시즌을 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진행 방식이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바뀐 덕에 젠지도 귀중한 ‘원 코인’을 받았다. 이들은 패자부활전 격인 플레이오프 4라운드(최종 결승 진출전)에서 KT 롤스터를 꺾으면서 재차 T1에 도전할 기회를 얻어냈고, 결승전에서 앞선 플레이오프 3라운드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젠지 ‘피넛’ 한왕호는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오프 시작 당시엔 (젠지가) 우승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며 “플레이오프 기간이 길어서 부족한 점을 고칠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코인이 하나 더 있다 보니 여러 가지 픽을 실험하거나,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젠지는 플레이오프에서 탑 자르반 4세나 서포터 판테온 등 실험적인 픽들을 사용한 바 있다.

결승전에 하루 앞서 KT와의 최종 결승 진출전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치른 것도 젠지로선 어드밴티지가 됐다. 한왕호는 “다전제는 첫 경기에 좌지우지되곤 한다”면서 “첫 경기를 치를 때 긴장을 많이 하게 되는데, 어제 KT와 경기를 치러봐서 첫 세트에 긴장을 덜 할 수 있었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T1은 결승전에서 잠실 무대를 처음 밟았다.

젠지 고동빈 감독 역시 같은 자리에서 “플레이오프 기간이 평소보다 길다 보니 준비 과정도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같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 번 치러봤다”면서 “(다전제는) 첫판이 가장 긴장되는 법인데, 우린 어제 이미 첫판을 치렀으므로 긴장이 풀렸다.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 승자조에서 젠지를 꺾고 하루의 휴식과 1세트 진영 선택권을 얻어낸 T1은 자신들의 어드밴티지를 승리로 연성하지 못했다. 앞선 3라운드 경기와 같이 첫 세트에 블루 사이드를 선택하고 제리·바이·크산테를 밴, 제이스·세주아니·바루스를 픽하는 전략을 짜왔으나 지난번과 달리 패배를 맛봤다.

T1 배성웅 감독은 본인의 준비 부족이 패인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했고, 잘했지만 내가 부족했다. 준비를 상대보다 덜했던 게 가장 큰 패인”이라고 고개 숙였다. 아울러 “상대는 저번 패배를 밑거름 삼아 훨씬 발전해서 왔다. 그 점을 잘 대처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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