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한᛫중 관계 새로운 모멘텀 찾아야"

사공관숙 2023. 4.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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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0차 당대회 이후 첫 번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렸다. 양회 기간 국무원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중국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이 발표됐고, 주요 국가 직책에 대한 인사 임명도 끝났다.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지난 6일 '2023 중국 양회 결과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올해 첫 중국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리창 신임 총리를 둘러싼 서로 다른 예측과 '전랑외교(戰狼外交)'의 향방, 한᛫중 관계 전망 등 여러 현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아래는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의 발제 내용 요약과 주요 질의응답 내용.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지난 6일 '2023 중국 양회 결과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올해 첫 중국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한중우호협회]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발제)
양회 이후 리창 총리의 데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시진핑의 핵심 심복으로 '비서실장' 수준인 총리의 자율성이 크게 떨어질 걸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원저우 등 상업 발달 지역의 당서기를 역임해 경제적 DNA를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러닝메이트적 관계였던 시진핑-리커창 체제와 비교하면 시진핑-리창은 상대적으로 수직적 관계이지만, 시진핑의 강력한 후견을 받아 오히려 강력한 추진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리창 총리는 지난해 10월 외자기업 유치를 위한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이번에 리커창 행정부의 대부분 인사가 유임해 전임 정부의 정책적 연속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국무원 기구 개편의 목적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큰 배경으로 과학기술 고도화, 금융제도 선진화, 식량 안보, 사회 안전 등을 실현하는 데 있다. 특히 이번에 '중앙사회공작부'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공식 통계는 없으나 최근 중국 내 하루 시위 건수가 2000건 이상 발생하는데, 이런 시위는 플래시몹 형태로 SNS를 타고 전파되고 감시가 어려운 상태로 조직화했다. 중국은 사회 안전을 명목으로 내부 단속을 강화하면서 더욱 보수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에서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이 '2023 중국 양회 결과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중우호협회]


외교 부분에서는 중국이 중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메시지가 보인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중재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책임감 있는 대화를 촉구한 것도 일종의 '휴전 외교', '중재 외교'라 볼 수 있다. 전인대에서 한반도 및 한᛫중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 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기자회견 답변에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는 없었으나 '배타적 지역주의는 위험하다', '아시아판 나토는 방지해야 한다' 등 발언이 나왔다.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후 한᛫미᛫일 안보 공조나 확장 억제 등 관련 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중 정상의 상호 방문 의지도 없어 보인다. 사실상 당분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지가 중요한 숙제다. 다행히 올해 하반기 10월쯤 한᛫중᛫일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한᛫중 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

▶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전랑외교가 상당히 강해졌다.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한국에게 중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춰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또 민간 차원에서 기자나 학자의 견해를 은근히 견제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향후 시진핑 체제 특유의 전랑외교 스타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투트랙' 추세로 갈 것 같다. 중국 외교는 4개의 분파가 있다. 성찰론은 중국이 기업 외교에 이토록 적극적인데도 미국의 대중 압박 상황에서 아무도 중국을 도와주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이므로 소프트 파워와 문화적 전파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경론은 미᛫중 경쟁에서 지금부터 밀리면 한없이 밀리니 강대강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중론은 미국의 대중 공세는 한계가 있으므로 중국이 선제적이고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준비론은 미᛫중 경쟁의 장기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내부의 기조는 신중론과 준비론에 가깝다고 본다. 겉으로는 강경하지만 속으로는 힘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전랑외교는 향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 등 중국식 담론을 통해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상황에 따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최진욱 법무법인 다솔 대표변호사

▶최진욱 법무법인 다솔 대표변호사
한미동맹 강화는 결국 한국이 가야 할 길인데, 이에 대해 중국이 반발한다면 중국의 어떤 조치가 예상되는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사드(THAAD) 갈등 당시 중국의 보복 가능 리스트를 언론에 공개한 건 국가 이익을 고려했을 때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지금도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향후 중국은 '명분 있는'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기 때문에 요소수᛫희토류᛫배터리᛫전기차처럼 환경 요소가 가미된 소재, 부품, 산업이 보복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과거 중국은 소비재로 보복했지만, 지금은 전체 시장에서 소비재 비중이 3~4%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환경 분야는 보복의 효과는 크지만 명분은 뚜렷해 대비가 필요하다.

조상훈 전 호주대사

▶조상훈 전 호주대사
지금은 과거 냉전 시대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별도로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의 경우도 테슬라, 애플 등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중국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라는 대전제 하나만 가지고 우리 외교 정책을 펼치는 게 약점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사실상 미᛫중 간 '신냉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 과거 냉전은 적대적 이데올로기, 분할된 경제 블록, 적대적 군사동맹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됐다. 지금은 여러 면에서 미᛫중이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 또는 인슐레이션(절연) 될 수 없는 구조다. 미국도 이를 알기에 중국에 대한 공세를 전면적, 전술적, 전략적으로 나눠 접근하는 것이다. 생각이 경직되면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집단적인 토론이 필요하고 외교적 지혜를 가진 분들을 통해 한᛫중 관계를 새롭게 포지셔닝 해야 한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

▶문흥호 한양대 교수
요즘처럼 이렇게 최고 지도자에 대한 설득력 없는 내용을 인민일보 전면에 도배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토록 시진핑 사상과 주체 교육에 집착하는 걸 보면 시진핑 리더십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최근 중국 국내 또는 해외 체류 중인 중국인 대학생과의 대화에서 이들의 불만이 상당히 크다는 걸 느꼈다. 중국 청년들은 대학과 석사 과정까지 마쳐도 취업을 못 하고, 국가는 되려 청년의 높아진 눈높이를 탓한다. 비관적이고 꿈과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들이 시진핑 정권의 가장 큰 우려점이라 생각된다. 이들은 중국 내부의 인권 문제에도 민감하다. 반체제 인사도 아닌데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청년이 많아졌다.

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중국 국무원 산하에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감총국)과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했는데. 당 중앙의 역할을 대폭 강화한 것인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당의 일원화 통치는 20차 당대회부터 줄곧 나타난 특징이다. 당이 컨트롤 타워가 되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과거 당내에 영도소조가 있었는데, 일부는 위원회로 승격됐다. 임시 조직이나 전담반(TF)의 느낌이 아니라 제도화된 조직으로 바꿔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가데이터국 신설도 빅데이터가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가장 안정적인 우위를 보이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의 기구를 만든 것이다.

남은영 동국대 교수

▶남은영 동국대 교수
중국은 세금 정책이나 보조금 제도 등을 과학 기술 고도화에 유리하도록 개편 중이며 그에 따른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편 서양 학자들은 자율적인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진핑 정부의 이런 고도화는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정부 주도의 과학 기술 발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잘하는 것은 산업정책이다. 물론 반도체, 배터리 등 산업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었음에도 실패했지만, 중국은 이를 시행착오라 여기고 그 실패를 거둬들여 데이터베이스로 만든다. 중국의 혁신을 미국보다 경쟁력 있게 만드는 부분은 바로 상업적인 마인드다. 중국은 현실에서 가장 욕망에 가까운 것들을 혁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중국은 한쪽에선 당의 이론적 지배를 강조하지만, 경제와 연구 영역에선 칸막이를 없애는 대융합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시대정신은 '일사불란'이 아니고 '이합집산'이다. 국가 주도 혁신에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중국식 미래 연구가 어떻게 결합해 진행될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조현태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조현태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시진핑은 집권 3기에 들어 예스맨들에게 둘러싸여 1인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내정과 외교에서 실책할 경우 한반도에도 영향이 클 것이라 사료된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을 설득한 대담한 구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중국은 2018년부터 한반도 3원칙에 '정치적 해결'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과 한국이 먼저 나서서 행동하기 전에 중국은 먼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다. 대담한 구상은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정권이 변화해도 변함없는 원칙으로 중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아야만 외교적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그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라고 생각한다.

조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조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이번 전인대에서 국방 분야에서 주목할 점은 국방비 증액, 국방 과학기술 강조, 특징 있는 국방부장(장관) 임명 이 세 가지다.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2248억 달러로 정했고 이는 미국의 1/4, 한국의 약 5배 정도 되는 규모다. 경제 성장률을 5%대로 낮춘 상황에서 국방 예산을 7.2%나 늘린 것이다. 중국은 군 현대화를 위해 민군 융합 전략을 쓰고 있다. 우수한 과학 기술과 방산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임명된 국방부장 리상푸(李尚福)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리상푸는 인공위성 미사일 발사 기지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과학기술 전문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만 봐도 향후 중국의 군 현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지난 6일 '2023 중국 양회 결과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올해 첫 중국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한중우호협회]

▶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

최근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고, 민간 부문에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지정학적인 여건이나 실질적 이해관계를 놓고 봤을 때, 한국은 한᛫중 관계를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한᛫중 관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중우호협회도 이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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