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정답 인정하라"...9급 공무원시험 오타에 수험생들 '시끌'
나운채 2023. 4. 10. 16:44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 하지 않았는가(복수정답)”
“정답 선택하는 데 아무런 지장 없었다(정답유지)”
10일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정답 이의제기’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글이다. 지난 8일 치른 국가직 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공채) 한국사 과목에서 나온 ‘웅진전’이란 단어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해당 단어가 혼란을 일으켰다며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 정답만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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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도 정답 해야” vs “단순 오타인데”
논란을 일으킨 건 ‘고려 시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한국사 시험 8번 문항이다. 의도된 정답은 2번 선지(選支)인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은 원의 석탑을 모방해 제작했다’이다.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은 원나라가 아닌 송나라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문항 1번 선택지는 ‘황해도 사리원 성불사 웅진전은 다포 양식 건물이다’로 돼 있었다. 여기서 ‘웅진전’은 ‘응진전(應眞殿)’ 오타다.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는 수험생들은 “웅진전과 응진전은 엄연히 다르다”며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에서 웅진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1번 선택지도 정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존 정답을 유지해야 한단 수험생들은 “내용상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지 오탈자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며 “너무나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는데 단순 오타를 이유로 추가 정답 처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한국사 시험 13번 문항을 두고도 수험생 반응이 엇갈린다. 해당 문제는 본문을 읽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유추해 ‘(박 전 대통령이) 집권해 추진한 사실’을 고르도록 했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1963년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5·16 군사정변(1961년)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수험생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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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6시까지 이의…17일에 공개
사이버국가고시센터 누리집에선 두 문항을 두고 이날 오후 3시 기준 총 400개가 넘는 이의제기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의견을 받는다. 이후 문제 출제에 참여한 선정위원(3명)과 외부 전문가(3명)로 구성된 ‘정답 확정 회의’를 진행해 심사를 거쳐 최종 정답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의 제기가 타당하면 복수정답 또는 정답 변경, 정답 없음 등 결정을 내린다.
최종 정답은 오는 17일 오후 6시에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통해 공개된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9급 공채 시험에서 각각 1221명과 849명이 이의를 신청했지만, ‘이상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이번 올해 국가직 공무원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22.8대1로, 5326명 선발에 총 12만1526명이 지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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