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초이' 100년 만의 귀국…황기환 지사, 대전현충원에 잠들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제 모델로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황기환 지사의 유해가 순국 100년 만에 고국 땅에 돌아왔다.
국가보훈처는 황 지사의 유해가 전날(9일) 미국 뉴욕을 떠나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고 10일 밝혔다. 황 지사의 묘소는 1923년 서거 당시 현지 공동묘지에 마련됐다가 2008년 장철우 전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 부부에 의해 발견됐다.
이날 공항에서 치러진 유해 영접에선 박민식 보훈처장이 1995년 황기환 지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국장을 헌정했다. 이후 유해는 대전현충원으로 봉송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환식이 열렸다.
보훈처는 봉환식에서 황 지사 영현 앞에 가족관계등록부도 헌정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헌정하는 것은 황기환 지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순국 100년 만에 완전한 한국 국민이 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리는 의미다.
황 지사는 생전 결혼을 하지 않아 후손이 없는 데다 12년 일제강점기 조선민사령 제정 이전 해외로 이주해 그동안 한국에서 무적(無籍) 상태였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황 지사가 임시정부 외교관으로 독립운동을 펼친 점을 고려해 등록기준지를 임시정부 기념관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79-24'로 부여하고 가족관계 등록 절차를 마무리했다. 보훈처는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참전자 등록카드에 명시된 기록을 토대로 가족관계증명서의 출생연월일에 1886년 4월 4일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황 지사는 19살이던 1904년 증기선을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들어가 18년 5월 18일 미군 신분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후 종전이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독립 외교전에 헌신했다. 19년 6월 프랑스 베르사유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로 온 김규식 선생과 일제의 한국 강점이 부당함을 알렸고 21년 4월엔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부 주차영국런던위원으로 임명됐다. 특히 이때 황 지사는 '영일동맹과 한국'이란 서적을 통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분할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임시정부 구미위원회에서 활동하다 23년 뉴욕의 한 병원에서 심장병으로 숨을 거뒀다.
황 지사의 이 같은 파란만장한 삶은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2013년부터 추진됐지만 그간 지지부진하던 유해 봉환도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힘을 얻었다. 보훈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날 봉환식의 주제를 해당 드라마의 대사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로 정했다. 봉환식에선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가 드라마 삽입곡 중 조국 광복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의 의미를 담은 '좋은날'을 노래하기도 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100년이 넘어가면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다는 각오로 반드시 봉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만시지탄이지만 10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모실 수 있게 돼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인천공항/국립대전현충원=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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