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피고 진 봄꽃에 서울시 자치구 봄축제 수난사

김이현 2023. 4. 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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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본격 재개된 서울 자치구들의 봄 축제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난을 겪었다.

통상적인 순서와 달리 개나리, 벚꽃 등 봄꽃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대부분 '봄꽃 없는 봄꽃 축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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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이름 빼고, 일정 당기고’
일부 구,축제서 봄꽃 비중 감축 고민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 일대에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만개해 있다. 반면 여의도 봄꽃축제 기간이었던 7일 벚꽃길에는 벚꽃잎들이 떨어져 있다. 국민일보DB·뉴시스


코로나19 이후 본격 재개된 서울 자치구들의 봄 축제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난을 겪었다. 통상적인 순서와 달리 개나리, 벚꽃 등 봄꽃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대부분 ‘봄꽃 없는 봄꽃 축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마음고생을 한 일부 자치구는 향후 봄 축제에서 봄꽃 비중을 낮추고 페스티벌화 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지난 4~9일 영등포구 여의서로 일대에서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최했지만 예정됐던 버스킹 공연이나 라디오 공개 방송 등을 취소해야 했다. 벚꽃이 예정된 축제 기간보다 일찍 피고 진 탓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벚꽃이 빠르게 개화한 데다 비까지 내리면서 버스킹이나 라디오 공개 방송 등이 취소됐다”며 “하지만 행사 규모 자체가 커 일정 조정이 힘들다 보니 날짜를 바꾸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는 축제 기간은 유지했지만 인파들이 축제 전부터 몰려나오면서 교통 통제나 안전 대책도 기존 공지 시점보다 일찍 진행해야 했다.

여의도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 벚꽃길인 석촌호수가 있는 송파구의 경우 축제에서 벚꽃이라는 이름을 뺐다. 구는 5~9일 진행한 석촌호수 벚꽃축제의 이름을 올해 한시적으로 ‘호수의 봄축제’로 변경했다. 벚꽃이 진 상황에서 시민들이 헷갈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축제 개최라는 약속을 지키면서도 벚꽃을 보러 오려는 분들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석촌호수에는 다른 꽃들도 많아 봄 자체를 즐긴다는 측면에서도 명칭 변경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 벚꽃과 개나리 밑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송파구 제공


은평구는 2~8일 진행한 불광천 벚꽃 축제와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추기 위해 벚나무를 비추는 조명을 끄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구 관계자는 “여러 노력을 했지만 개화 시기를 메인 축젯날에 맞추지는 못했다”며 “다만 예년엔 하루였던 일정을 일주일 정도로 늘리면서 영향을 크게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아예 일정을 변경한 자치구도 있었다. 성동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하려고 했던 응봉산 개나리 축제 일정을 지난달 23일부터 25일로 변경했다. 구민들이 주도해 진행하고 있는 송정마을 벚꽃축제와 금호산 벚꽃축제도 일정을 앞당겨 진행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벚꽃은 서울 지역에서 벚나무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지난달 25일 개화했다. 평년 개화 시기인 4월 8일보다 2주 정도 빠르다. 보통 벚꽃보다 일찍 피는 개나리가 평년보다 6일 빠른 22일에 개화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동시에 핀 셈이다.

갈수록 예상하기 힘든 봄꽃 개화 시기에 일부 자치구는 개화 시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방향으로 축제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여의도 봄꽃축제가 벚꽃으로도 유명하지만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힘든 만큼 축제 자체의 내실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며 “여의도 거리를 막는다는 점을 활용해 페스티벌 식으로 벚꽃이 지더라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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