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이든 밖이든 내가 주인공, 나로밴드
[황동환 기자]
▲ 학교밖청소년 ‘나로밴드’는 음악으로 또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왼쪽부터 김하영, 장우진, 윤서준). 수줍은 표정이 다름없는 10대다. |
ⓒ <무한정보> 황동환 |
"음악은 위로"... 또래에게 긍정 전하는 따뜻한 응원가
"학교밖도 학교안도 똑같은 청소년"... 걱정 대신 격려를
'나로서', '나로 하여금', '나로 시작한다'
충남 예산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만난 김하영(19), 장우진(19), 윤서준(18) 세 친구가 결성한 3인조 음악밴드의 의미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연요청을 받았을 땐 '꿈드림밴드'를 생각했지만, 멤버들이 의견을 모아 새로 이름을 지었다.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며 더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는 '나로밴드'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하영이가 보컬을, 아버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서준이가 기타를, 스틱을 손에 들자 금세 비트가 익숙해졌다는 우진이는 드럼을 맡았다. 어릴 때부터 악기와 음악 곁을 떠난 적이 없는 서준이를 제외하면, 하영이와 우진이는 밴드활동을 통해 음악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그동안 몇 안 되는 공연이었지만, 진심을 담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와 선율에 담아 전하고 있다.
이들이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나로밴드는 우연히 시작했다. 지난해 천안에서 열린 '2022년 충남 청소년 상담정책 원탁토의' 공연의뢰를 받고 기타·키보드·보컬을 구성해 무대에 오른 것이 시작이다. 그 뒤로 '2022년 예산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꿈드림 운영·연구조사사업 보고대회' 축하공연에 이어, 올해는 인터넷뉴스로 밴드의 존재를 알게 된 3.8여성대회 주최측이 부탁한 '2023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 Happy Women's Day' 공연을 펼치는 등 점차 활동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이 음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이라도 노래를 들으면 거기서 받는 위로가 있다. 부정적인 마음은 떨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자"고 토닥이듯 전하는 하영이의 말처럼, 이전에 자신들이 겪었던 고민으로 힘들어 할 또 다른 학교밖청소년들을 따뜻하게 응원하고 있다.
▲ 예산군청소년복지재단 2층 연습실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멤버들. |
ⓒ <무한정보> 황동환 |
하영이가 학교를 떠난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때다. "학교라는 틀에 갇히기 싫었다"고 한다. "처음에 자퇴하려 했을 때는 검정고시도 보고 생활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보니 미래가 암담했다"며 "학교를 떠날 때 친구들이 잡았다. 자퇴 후 한두 달은 힘들었고, 아무것도 못했다. 그러다가 2021년 7월 고덕면청소년미래센터 선생님을 통해 꿈드림을 알게 돼 ITQ, 바리스타, 케익디자이너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부담감을 덜었다. 번아웃된 상태도 사라졌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학교에 있었다면 갇혀있다는 느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자퇴 후 힘들긴 했지만, 그 시기가 있어 오늘의 내가 있는 것 같다. 꿈드림에 와서는 또래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고 덧붙였다.
우진이는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을 시작할 무렵 학교 밖으로 나섰다. 천안의 한 대안학교를 다니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퇴에 대한 부담감이나 후회는 크게 없었다. 오히려 학교 안의 규칙적인 생활, 야자, 학원 갔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등 반복된 생활이 끊어지자 숨통이 트였다"며 "그 뒤로도 일반학교에 다니듯이 대안학교와 꿈드림을 다녔다. 학교를 나오고 나서 친구가 많이 생겼다. 운동을 좋아해 자퇴 후 헬스장을 다녔다.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성격이 어두웠을 것 같다. 지금도 많이 소심한 편인데, 말하는 것도 힘들어 했을 것 같다.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준이는 다른 두 친구보다 이른 시기인 중학교 1학년 때다. "공부가 싫기도 했지만, 취미였던 음악을 더 열심히 하고 싶었고, 학교 다니는 시간이 아까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다. 영종도 바다 앞 호텔에서 보는 전망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 회상했지만, "성인이 되기 전 검정고시를 봐야 하고, 돈을 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는 솔직한 심경도 밝혔다.
▲ 하영(보컬), 우진(드럼), 서준(기타)이가 공연하고 있다. |
ⓒ 예산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
하영, 우진, 서준이는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향해 목표를 설정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누군가 등을 떠민 게 아니라 '나로밴드' 이름처럼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내딛는 발걸음마다 자신감이 묻어난다. 많은 또래와는 다른 선택의 순간에 밀려왔을 고민들을 극복해 얻은 결과다.
하영이의 꿈은 창업이다. 지금은 제과제빵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롤모델을 묻자 "딱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없다. 다만 앞으로의 내가 많이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밝은 미소로 답했다.
"세운 뜻을 굽히지 않고 나가겠다. 남들이 안 좋은 시선으로 보더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는 우진이의 말에선 다부진 의지가 전해왔다.
서준이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며, 김영소 기타리스트를 롤모델로 뽑았다. "직접 곡을 만들면서 공연도 하는 모습과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내 스타일"이라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다. 누가 봐도 멋진 사람이고 싶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꿈드림 선다솜 선생님은 "어른들이 걱정하듯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학교밖과 학교안 학생들은 다르지 않다. 다 똑같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하영, 우진, 서준이가 말과 행동으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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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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