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도발, 북한에 '불리'한 국면 동시에 전개"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최근 북한의 도발이 다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미국 관심 끌기 전략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인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6일 박 교수를 전화로 연결했다.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 박원곤 제공 |
-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북한의 도발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도발 양상은 차이를 보이는데요. 지난해에 70여 발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대부분 북한이 내부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공개할 경우 이것이 한국과 미국을 특정해서 하는 미사일 발사라든지 하는 시험이 아니라 자신들이 2021년 8차 당대회 때 만들었던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자위권 차원의 미사일 시험이었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그게 다 바뀌었습니다. 첫째, 한국과 미국 특정해서 자신들이 이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얘기하고요. 둘째, 이것은 시험 발사가 아니라 명백한 훈련 발사라고 얘기합니다. 셋째, 이전에는 북한 주민들한테 알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모든 미사일 발사를 즉각즉각 북한 주민들에게 알립니다.
북한은 전시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어요. 계속 전쟁 위협 가능성을 굉장히 높이고 있어요. 제가 판단하기에 이것은 북한이 한국·미국에 포위당했다는 위기의식 고취해 내부의 어려움을 돌파하고 내부 단합 끌어내는 전혀적인 행동 패턴입니다. 그런 것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북한 스스로도 작년 8기 6차 전원회의와 이번 8기 7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스스로 인정했거든요."
- 일각에선 미국이 관심을 안 주니까 관심받기 위해 도발하는 것이란 평가도 있던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북한이 2019년 12월에 7기 4차 전원회의 통해서 정면 돌파전을 선포합니다. 정면 돌파전의 핵심엔 몇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상 무장을 통한 자력갱생을 통해 핵을 고도화하고 이것을 장기전으로 가져가겠다는 게 핵심이에요. 그러니까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핵을 고도화한다는 절대 목표를 상정해 놓고 미국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 목표 향해서 계속 가고 있다는 거죠."
- 미국이 지금 북한에 관심 없는 건 맞지 않아요?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한이 정책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바이든의 연초 의회 연설에서도 북한을 전혀 얘기하지 않았고, 그간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2년 넘게 대북 정책이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것은 분명히 보입니다. 성 김 대표가 대북정책 특별대표인데 '듀얼 사업'을 하고 있죠.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를 하는 것도 그만큼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고요. 그리고 계속 북한에 대해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맞죠. 그런데 의도적으로 그런 부분도 있어요."
- 왜요?
"왜냐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해봤거든요.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당시 바이든이 부통령일 때 2.29 합의라는 것을 체결했다가 두 달 만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쏴서 2.29 합의가 파기됩니다.
그 이후에 현재 바이든 행정부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 북한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을 갖게 됐는데 하나는 '북한을 믿을 수 없다. 북한은 언제든지 약속을 파기한다'는 겁니다. 둘째, 비핵화 문제는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북한 문제보다 미국이 훨씬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는 거죠. 미중 문제도 있고, 우크라이나 같은 것들이 훨씬 더 우선순위로 지금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전략적 인내 시즌2'인가요?
"그런 모습이 분명히 보여요. 그래서 저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성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비판받을 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협의를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 그게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저는 한국이 여기에 대해 어떤 영향 받을지 생각하는 것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한국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거죠. 북한의 핵 위협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계속 말씀을 드렸는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밀고 당기기'가 필요합니다. 북한이 계속 핵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이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한미, 또 한미일 훈련을 하고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또 북한에 대해서 제재를 강화하고 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이건 미는 행위고 더불어서 당기는 행위도 필요해요. 그 당기는 행위라는 건 북한이 대화에 나왔을 때 '당신들이 상응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핵을 포기했을 때는 이런저런 것들이 당신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핵을 포기한 이후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 국제사회와 같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한국이 훨씬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안을 만들어서 좀 더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남북 대화는 아예 없는 것 같거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보수 정부이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안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와도 2015년 12월 이후에는 사실상 대화를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2019년 12월 7기 4차 전원회의 때 북한이 정면 돌파전을 선포하면서 아주 명백한 조건을 걸었어요. 그 조건이라는 것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선 철회하지 않는 한 한국이나 미국과 어떤 의미 있는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요. 근데 이 적대시 정책이라는 게 이런 겁니다. 굉장히 긴 리스트가 있는데 북한이 최소 수준으로만 얘기해도 한미 연합훈련 그냥 중단이 아니라 영구 중단, 미국 전략자산의 영구 중단, 전략자산 투자의 영구 중단이고 그게 하나의 그들이 말하는 생존권이라는 거고요. 발전권 측면에서도 얘기하라는 것은 북한에 부과되고 있는 제재 해제를 얘기합니다.
그러나 이걸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한미가 선제적으로 해 줄 수가 없는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이건 북한도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한미가 어차피 수용할 수 없는 조건 내걸고 그것을 일종의 명분으로 삼아서 지금 핵에 대한 능력을 절대적으로 고도화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한미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북한이 현재 상황에서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죠."
- 지금 우리나라에선 나토식 핵 공유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핵 공유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인데요. 결국 핵 공유라는 게 일종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나오는 얘기죠. 확장 억제를, 그러니까 큰 틀에서는 북한 핵 위협 어떻게 대응해야 되느냐에 크게 세 가지 정도가 한국 내에서 얘기가 되고 있는데요.
하나는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거고, 두 번째는 연계됐습니다만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반입하는 겁니다. 세 번째는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죠. 저는 그중에 실질적이고 사실상 가능한 방안은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거라고 봅니다. 아마도 이번에 한미정상회담이 있으면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건 대통령도 얘기했던 것처럼 공동 기획과 공동 이행을 강화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절대 수준으로 강화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핵이라는 건 미국 국내법에 의해서 미국 대통령만 핵 사용의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정말 핵을 공동 사용할 수 있고, 그 모든 결정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작전 계획화를 하는 수준까지를 원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요. 그렇지만 그 밑에 수준에서의 한미가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밀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정도로 현재 우리 국민의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게 있죠.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 72~80% 정도가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어요. 저는 잘못된 조사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핵무장을 했을 때 오는 불이익을 한구이 감당해야 하고, 그 비용을 알려준다면 조사 결과가 거꾸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긴 합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라서 이젠 '확장 억제'라는 것도 사실 북한 핵에 대한 하나의 방법이거든요.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하는데 마치 그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더 큰 틀에서 제가 요즘 주장하는 건 '통합된 확장 억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앞에 '통합'이 들어간 것은 확장 억제의 범위를 훨씬 넓혀서 외교적 방법도 있는 거고, 미국이 군사동맹의 변화를 시작하는 통합 억제라는 걸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한국이 좀 더 참여하고. 이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요. 오히려 여기서 너무 확장 억제만 얘기하다 보면 한계가 있으니까 계속 나오는 게 전술핵을 반입하거나 아니면 한국의 핵무장까지 나오는데, 이런 식의 논의가 계속되면 한미 간 관계가 오히려 좀 손상될 수가 있어요. 저는 북한이 그 부분을 충분히 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 어제 핵공중폭발 시범사격 북한은 전날 황북 중화 일대에서 발사한 SRBM이 500m 상공에서 핵폭발 모의시험 계획에 의해 공중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는 "중부전선의 중요 화력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싸일부대에서 3월 27일 관하 구분대들을 중요 화력타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시범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하였다"고 3월 28일 보도했다. |
ⓒ 조선중앙TV=연합뉴스 |
-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오죠. 하지만 북한은 이 상황을 즐길 거라는 주장도 있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북한이 핵실험을 할 듯 말 듯해서 주목받는 게 더 좋다는 주장인데.
"저는 7차 핵실험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7차 핵실험이라는 건 군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저는 정치적으로 상징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 결국 이 모든 건 북한의 경제적인 상황과 연계돼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 일정 수준 최대한 버티도록 장기전으로 끌어가겠지만 결국은 3년 이상 북한이 사실상 국경을 봉쇄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우리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거든요. 그렇다면 일정 수준에서 북한은 다시금 미국과 담판 지으러 나올 필요성은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7차 핵실험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늘 어떤 국면을 전환할 때 상대편이 뭘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국면 전환의 명분을 삼고 나오거든요. 대표적인 게 2017년 11월 29일 화성15를 쏘고 그 당시에 사실 핵무력 완성하지 못했는데 완성을 선포하고 나와버렸어요. 비슷한 것처럼 7차 핵실험이라는 것을 통해서 이미 핵보유국이지만 다시 한 번 핵보유국임을 선포하고 핵보유국의 위치를 갖고 미국과 담판을 지으러 나온다는 정치적인 명분, 그런 측면에서 7차 핵실험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언제쯤 할진 북한의 내구성과 연계돼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시기를 우리가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고요.
북한이 이 상황을 즐길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했는데, 모든 것엔 작용 반작용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에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고 북한에 굉장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들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계속 들고 있으니까. 그리고 미국은 거기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사실상 북한의 핵을 방치하는 모습들이 보이니까 북한에 유리한 국면이라는 해석도 있던데...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굉장히 불리한 국면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어요.
첫 번째는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지 않습니까. 이건 북한에는 굉장히 큰 도전이 되는 거고, 우리한테는 억제력이 훨씬 더 증가되는 일이거든요. 북한은 한미만 상대하기도 힘든데 한미일까지 상대해야 되는 상황이 오니까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는 반작용적 요소가 있죠.
또 하나는 북한이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너무 러시아 편을 들어버리니까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북한을 동조화해서 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럼 북한이 그렇게 학수고대하는 제재 해제는 점점 어려워지거든요. 왜냐하면 러시아 문제는 미국에서도 북한 문제보다 훨씬 우선순위입니다. 더군다나 러시아와 북한이 동조된다면 나토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북한의 제재 해제는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리고 미국이 말하는 통합 억제, 이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건데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은 중국 견제라는 게 있지만 역시 북한 위협이 심각하니까 좀 더 미국 주도의 동맹 네트워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구도가 생겨요.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보거나 큰틀에서 보면 북한에 굉장히 불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과 같은 소모전을 계속 끌고 가기엔 북한도 상당히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정 수중 북한도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한미가 어떻게 잘 공조해서 이 국면을 이끌어가느냐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그렇게 국면을 전환하기까지 긴장을 계속 조성해나갈 텐데, 이 긴장국면을 또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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