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요리사' 대신 '도깨비' 뜨나…러서 은밀히 키우는 새 용병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악명을 떨친 러시아 민병대 바그너그룹과 별개로 러시아의 새로운 용병 부대 ‘콘보이(호위대라는 뜻)’가 작년 말 출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그너그룹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용병들은 잔혹한 전술로 영·미 정보 당국의 감시 대상이 돼 왔다.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24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해 온 크림반도에서 지난해 11월 새로운 민병대가 출범했다. 러시아 크림공화국의 행정수반인 세르게이 악쇼노프(51)가 민병대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과거 갱단에 몸 담았던 인물로 ‘도깨비’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악쇼노프는 이 같은 과거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어 기반 비영리 탐사보도매체 ‘아이스토리즈’의 보고서에 따르면 콘보이는 작년 출범 당시 300명 규모로 시작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자신들을 “소수 정예 부대”로 홍보하며 대원을 모집하고 있다. “강한 정통파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탄주의자” 같은 홍보문구도 담겼다. 대원들은 소총을 기본으로 갖췄고, 저격수 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 주력 전차인 T-80, T-90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자 정찰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1)과 친분이 있는 콘스탄틴 피칼로프가 ‘마자이’라는 예명으로 총사령관을 맡고 있다.
바그너그룹(약 5만명 규모)에 비해선 비교적 신생 집단이지만, 러시아 수뇌부의 권력 투쟁에 따라 바그너그룹을 대체할 집단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랑스24는 “콘보이의 출현은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그너그룹의 지배적인 역할을 줄이려한다는 일관된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요리사 출신인 프리고진은 전쟁 국면에서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권력의 핵심부로 단박에 올라섰다. 전직 죄수들이 포함된 바그너그룹은 격전지인 바흐무트 등에서 무자비한 인해전술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모스크바에선 프리고진과 군수뇌부의 갈등설 등 견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악쇼노프는 이 같은 프리고진의 뒤를 따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스토리즈는 “악쇼노프는 남을 베끼는데 아주 능숙하며, 프리고진을 모방해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었다”며 “다분히 모스크바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그너그룹이 지나치게 유명해진 탓에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기관의 공공연한 표적이 된 점도 신생 민병대의 부상을 불러왔을 수 있다. 이달 2일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러시아의 민족주의 성향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카페에서 대낮에 테러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이후 영국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을 대체할 민간 군사 단체를 후원하고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악쇼노프의 콘보이 민병대 외에 체첸 수장 람잔 카디로프의 민병대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루카스 오빈 프랑스국제전략연구소(IRIS) 연구원은 프랑스24에 “푸틴은 민병대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점에서 기회주의적 권력”이라고 분석했다.
美유출 문서에도 등장한 바그너그룹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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