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됐다며?" 이 말에 中 6년 구금됐다…일본인 폭로
일본 제약회사 50대 임원이 '스파이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베이징에 구금된 사건이 최근 외교 문제로 비화한 가운데 2016년 중국에서 붙잡혀 6년간 구금됐다 풀려난 일본인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듬해인 2014년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반(反)간첩법(방첩법)에 따라 중국이 해외 인사를 스파이 혐의로 구금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스즈키 히데지(66·鈴木英司)의 사연을 9일(현지시간) 전했다.
2016년 7월 15일 일본-중국 청년교류협회 회장이던 스즈키는 5일간의 우호 행사를 마무리하고 귀국차 베이징 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근육질 남성 5명이 "스즈키인가"라고 물은 뒤 밴에 밀어 넣었다고 한다. 이들은 "스파이 혐의로 구금한다"고 고지한 뒤 전화기를 압수하고 안대를 씌웠다. 교류단체 지도자 역할로 200번 이상 방중했던 스즈키는 "믿을 수 없었다"며 "문명 국가에서 이런 일은 벌어져서 안 된다"고 WSJ에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정부 시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 첫 7개월이 가장 가혹했다"고 털어놨다. 방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리워져 있었고 형광등이 24시간 켜져 있었다. 방에는 TV는 물론, 시계·책·필기도구도 없었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남성 둘이 항상 감시했다. 스즈키는 심문관 중 한 명이 2010년 양국 우호를 위한 식목 행사에서 그의 가방을 들어준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충격 받았다.
구금 이유조차 몰랐던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듣고 놀랐다. 2013년 말 베이징 식당에서 중국 공무원 친구와의 대화가 화근이었다. 식사 도중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장성택)를 반역자로 처형했다"는 화제를 꺼내면서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스즈키는 요즘 중국에서 겪은 일에 대한 강연을 다니며 책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신기자 클럽 간담회에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중국 당국이 간첩 혐의로 지난달 체포한 일본인 제약회사 임원의 조기 석방을 촉구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도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문제의 제약회사 임원은 2015년 이후 중국 정보기관에 억류된 17번째 일본인이다. 2018년 캐나다인 사업가 2명도 구금되는 등 다른 나라 민간인도 피해를 입고 있지만 유독 일본인 피해자가 많다. 이에 대해 WSJ는 "중국 정부가 일본인을 구금하는 것은 미국의 행보에 적극 동조하는 일본에 대한 견제"라고 분석했다.
캐논 글로벌 연구소의 미네무라 겐지 선임연구원은 WSJ에 "구금된 제약회사 임원은 20년 이상 중국에서 일하며 일본 재계 사람들을 도운 인물이다"면서 "그는 자발적으로 중국 근무를 지원했으며 중국을 사랑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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