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서 흰 꽃-붉은 꽃이 동시에... "드문 현상, 보존해야"
[원종태 기자]
▲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핀 진달래 2020년 3월 14일 처음 발견된 희귀 진달래. |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
"세상에 이런 진달래가 있느냐"며 전문가들도 놀랐다.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피는 희귀한 진달래가 거제 노자산에서 발견됐다. 옆으로 아래를 향해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이 진달래는 수고 3m, 근원지름 4㎝, 수관폭은 약 1.5m 정도이며, 수령은 40~50년으로 추정된다. 1m 높이 줄기에서 같은 굵기로 갈라진 이 나무는 한 쪽 가지에는 흰꽃이, 다른 가지에는 붉은 꽃이 핀다.
경상국립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산림자원학과 추갑철 교수는 "진달래에는 붉은 꽃이 피는 '진달래'와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가 있지만,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아조변이로 인한 아주 드문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귀 멸종식물에 포함해야 하고 자생지 훼손 우려가 높은데 보존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두산백과에 따르면 아조변이(芽條變異)는 생장중의 가지 및 줄기의 생장점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두셋의 형질이 다른 가지나 줄기가 생기는 일로, 가지변이라고도 한다.
2022년 책 <창원에 계신 나무 어르신(창원시 노거수 생태와 문화)>을 펴낸 박정기 나무 전문가는 "미세 기후와 특수한 환경에서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뿌리가 외줄기여서 이식할 경우 생존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고 진단하고, "자생지 현장 보존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희귀한 식물 발견되는데... 이 곳은 골프장 건설 예정지
4월 초가 지나며 꽃이 거의 졌다. 온 산을 환하게 하던 산벚꽃과 붉은 산도화도, 한 그루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피던 희귀한 진달래도 졌다. 그러나 내년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곳이 골프장으로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개발로 절단 위기... 거제 노자산 지키는 예술제 https://omn.kr/23d7a ).
▲ 노자산 정상에서 본 골프장 개발예정지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본 골프장 개발예정지.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585m) 정상에서부터 노자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아래까지 길이만 5km에 달한다 |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
"노자산에는 천연기념물 233호의 동백나무 숲과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으며, 노각나무 박달나무 등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지며, 불로영약의 산삼이 있다고 하여, 늙지 아니하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다고 노자산(老子山)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 노자산 정상 안내판 거제시는 노자산이 희귀동식물이 사는 신비의 산이라 해놓고 앞장서서 난개발로 희귀동식물을 서식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
ⓒ 원종태 |
▲ 우주인이라는 별명이 있는 나도수정초 희귀식물인 나도수정초 |
ⓒ 원종태 |
▲ 대흥란 여름 장마가 끝나면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 신비한 부생식물인 대흥란. 노자산이 우리나라 대흥란의 최대자생지로 보인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
ⓒ 원종태 |
노자산은 장마가 오고나면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 희귀식물, 대흥란의 집단 서식지다. 대흥란은 전남 해남 대흥사 주변에서 처음 발견됐다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 다른 물질에 기생하는 부생생물이지만 엽록소가 있어서 일부 광합성을 한다. 약 보름 정도의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만 개화하는 생태적 특성 때문에, 꽃이 지게 되면 대흥란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 대흥란 생태적 특성을 밝힌 논문 제목 거제 노자산이 우리나라 최대 대항란 자생지라고 밝혔다 |
ⓒ 원종태 |
대흥란이 노자산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출현한 6개 지점(45~212개체) 중심으로 대흥란을 조사한 결과 입지환경은 고도 87~137m, 남서향, 10도이하의 완경사, 토양수분은 평균 25%, 산성도 pH는 평균6.76, 유효토심은 깊게(14.5~26.8cm)나타났다. 낙엽퇴적층이 두껍게 형성된 곳, 토양이 습하고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 대흥란 개체수가 많았다.
▲ 노자산의 흰 대흥란 노자산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2급 대흥란의 우리나라 최대 자생지로 알려져있다. 울창한 숲과 특수한 환경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을 뿐만아니라 각종 변이 식물도 많이 발생한다. 대흥란은 홍자색꽃을 피지만 아주 드물게 흰색꽃이 피기도 한다 |
ⓒ 원종태 |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국립생태원의 거제도의 한 골프장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의견(2022년)'에 따르면, 평가서는 대흥란은 국내 확인된 자생지가 극히 적은 식물종으로 자생지 개발과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흥란은 세균이나 토양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식물체 주변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생장한다.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이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최적의 조건이 요구되는데, 산소와 수분이 충분해야하고, 25도 정도의 적당한 온도와 pH7정도의 중성 산성도 등이 잘 맞아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부생식물을 재배하기 어렵고, 이식하면 생존하기 어려우므로 이식보다는 자생지를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현재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거제시와 경동건설이 거제남부관광단지 골프장 개발을 위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 중이다. 본안은 2022년 12월 23일 제출됐으며, 보완요구를 한 상태다. 사업자측은 멸종위기종 대흥란의 이식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흥란 서식지 원형 보전, 왜 필요하냐면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환경평가가 졸속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흥란의 경우에도 사업자 측은 당초에는 '없다'는 평가서를 제출했다가 환경단체로부터 거짓평가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국립생태원 등 조사에 따라 사업자 측이 재조사해 평가서에 대흥란 서식지 등을 추가했지만, 여기서도 대흥란은 골프장 경계 밖에만 서식한다고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는 이건 축소·왜곡 평가인데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마저도 받아들이려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흥란의 경우 부생생물이어서 이주, 이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식지를 원형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흥란이 발견될 경우 골프장 개발 계획에 큰 지장이 있기 때문에 애초 이를 축소 조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개발계획의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이주, 이식하거나 형식적으로 서식지 보전이라는 시늉이라도 받겠지만, 희귀 진달래 포함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들은 아무런 보호대책 없이 삽날과 톱날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희귀식물들의 낙원이라 할 수 있는 거제 노자산이 파괴되지 않고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만이 답일 것이다.
한편 노자산에는 신비의 새, 팔색조를 비롯해 282종 멸종위기종 중에 유일하게 '거제'지명이 붙은 거제외줄달팽이를 비롯해 멸종위기1급 수달, 흰꼬리수리, 매를 비롯해 새매, 붉은배새매, 벌매, 참매, 독수리, 물수리, 수리부엉이, 솔개, 황조롱이, 두견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5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산다.
한반도 최후의 맹수로 알려진 '삵'이 이 산기슭에서 살고 있는 것이 실물로 확인됐다. 노자산은 거제시의 표현대로 '신비의 산, 신선이 사는 산'이라면, 이를 지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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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원종태씨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으로도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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