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 총책은 중국에 있는 20대 한국인…"소재 파악 중"
[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중국에 머물며 이번 범행을 꾸민 용의자 2명을 특정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길모 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한 한국 국적의 20대 이모 씨와 현지에서 범행에 가담한 중국 국적 30대 박모 씨를 '윗선'으로 특정했다.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이씨는 지난해 10월 출국해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출입국당국에 입국시 통보를,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시중에 유통됐다가 수거된 마약음료 감식과 중국에서 건너온 빈병의 배송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길씨 등 국내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마약음료 제조용 빈병과 상자·판촉물을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마약음료를 제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 7일 체포된 길씨는 경찰에서 "친구 이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광고 글의 IP(인터넷주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카카오톡 아이디, 이들에게 일당을 지급한 금융계좌,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길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인물 등을 추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씨 일당 이외에 또 다른 국내외 공범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마약음료 공급책 길씨와 중계기를 이용해 학부모 협박용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체포된 김모 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는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화번호를 변작해주는 전문 업자로 조사됐다. 경찰은 인천에서 김씨를 검거하며 노트북 6대, USB 모뎀 96개, 휴대전화 유심 368개를 압수했다. 모뎀 사용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전체 피해금액 1억원가량의 보이스피싱 14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전화번호 1개를 변작해주는 대가로 1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약 2천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장비 구입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길씨와는 모르는 사이이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이는 것으로 알았다"며 마약음료와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청역·대치역 인근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직접 나눠준 아르바이트생 4명 가운데 20대 김모 씨는 과거 현금 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 수십 건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인광고를 통해 시음행사 아르바이트를 한 나머지 3명과 달리 김씨는 마약음료 사건을 꾸민 일당과 이전부터 함께 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통신·금융거래 내역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이씨 등 연루된 인물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직·간접 연결된 점, 협박전화 발신지가 중국인 점 등을 토대로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을 동원해 피싱 사기를 벌인 신종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음료를 나눠주며 수집한 부모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가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자녀가 가져온 마약음료를 나눠마신 학부모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이씨 일당은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피해 학부모 7명을 협박했다. 일당은 피해자 1명에게 1억원을 요구했고, 다른 피해자들에게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제조된 마약음료 100병 가운데 18병이 시중에 유포됐고, 이 가운데 7병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마신 것으로 파악했다.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 2명도 마약 성분이 든 사실을 모른 채 음료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미개봉 상태인 마약음료 36병을 수거했다. 나머지 44병은 지시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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